폐암은 암 사망원인 1위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폐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6.4명으로 전체 암 사망률 중 가장 높았다. 남녀 모두에서도 폐암 사망률은 가장 높았다. 남자는 폐암(54.0명), 간암(3.05명), 대장암(19.8명) 순이고, 여자는 폐암(18.8명), 대장암(15.1명), 췌장암(12.9명) 순이다.
폐암은 심장과 함께 가슴 안을 채우고 있는 장기인 폐에 생긴 악성 종양이다. 주로 암세포 크기나 모양, 양상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분류된다. 폐암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는 흡연이 지목된다. 폐암 90%는 흡연자에게서 발병하며,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위험도가 11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과거에 비해 비흡연자, 그중에서도 여성 비흡연자가 폐암을 진단받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달라진 양상이다. 비흡연 폐암의 증가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간접흡연, 대기오염, 라돈, 비소, 요리 중 밀폐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연기 등 환경적 요인이나 폐 관련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폐암을 얻을 수 있다.
폐암 항암 치료 전문가인 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지난 1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났다. 안진석 교수는 "폐암이 늦게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최신 치료법을 통해 완치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가지는 경우도 있다"면서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했다.
폐암은 전이가 쉽고, 초기에 발견할 확률이 적은 암이다. 전이는 2, 3기에 해당하는 국소전이와 4기에 해당하는 원격전이로 구분하며, 폐암 1기는 대개 수술적 치료로 접근한다. 2·3기가 되면 수술과 방사선, 항암치료 등을 함께 사용하고 4기의 경우 항암치료가 주된 치료법이다. 안 교수는 "암 초기에 진단받는다는 것은 전이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미다"라면서 "일찍 발견할수록 수술만으로 암을 완치할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폐암은 수술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주로 고연령층에서 발견되고 대다수 환자가 흡연으로 폐나 신장 기능에 이미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수술을 견디기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암과 마찬가지로 폐암도 수술을 통해 암을 제거하는 것이 먼저다. 안 교수는 "수술이 가능하다면 수술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절대적인 원칙이다"라면서 "폐암 초기는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3기부터는 항암치료를 먼저 진행한 후 수술을 고려하며, 수술이 불가능하다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함께 사용하는 항암화학방사선요법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암 말기라고도 알려진 4기부터다. 4기 폐암은 수술적 치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한다. 안 교수는 "과거에는 폐암 4기라고 하면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라고 생각해왔다"면서 "최근에는 일부 환자에서 완치에 거대를 걸 만한 좋은 약이 나오면서 치료성적이 향상돼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하며 부작용도 많이 줄어들고 치료성적도 크게 향상됐다. 안 교수는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4기 폐암 환자에게 치료 대안이 없어 의사로서도 환자를 도울 방법이 많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2000년대 초반 표적항암제에 이어 최근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폐암의 치료영역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 5년 전까지만 해도 표적항암제 사용이 어려운 4기 폐암환자들은 일반 항암제(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했다"면서 "이제는 면역항암제 단독요법 혹은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을 함께 사용하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가장 이상적인 1차 치료 방법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말기 폐암=사망'이라는 공식이 깨질만한 사례도 나왔다. 그가 진료한 68세 폐암 말기의 남성 환자는 폐암 4기 진단을 받았지만, 현재 암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2018년 당시 이 환자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던 환자로, 턱 밑에서 종양이 만져져 내원한 뒤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안 교수는 "환자가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보여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권해드렸고, 2년간 약 34싸이클(3주에 1번) 치료를 진행했다"며 "2년 치료 후 암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어 투약을 중단했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를 시작한 지 3년이 조금 넘었기 때문에 완치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현재는 3~4개월에 한 번 병원에 와서 검사만 받고 갈 정도로 경과가 좋은 편이다"라면서 "물론 모든 환자가 이와 같은 놀라운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초 진행된 세계폐암학회(WCLC 2020)에서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 반응을 보인 환자 중 2년간 치료를 마친 환자의 약 80%가 4년간 생존했다는 연구가 발표돼, 학계 주목을 받았다. 안 교수는 "2년간 치료를 마친 환자의 80%가 4년간 생존했다는 것은 2년간의 투약 기간 계속해서 효과를 보였다는 뜻으로, 면역항암제 치료에 반응을 보인 환자들은 장기간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표적항암제 치료 대상이 아닌 4기 폐암 환자는 면역항암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2차 치료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여전히 1차 치료에서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치료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개 신약이 나오면 1, 2년이 지나야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고, 대상 환자가 많은 경우 재정적 타격이 크기 때문에 급여 적용이 더욱 쉽지 않은 편이다"라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 더 많은 환자가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혁신 신약 글로벌 임상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안 교수는 "표적항암제 중에서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 변이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가 가장 많이 쓰인다"면서 "하지만 EGFR 표적항암제도 여전히 내성 문제가 남아 있어 1세대, 2세대, 3세대 치료제가 계속해서 출시되는 등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앞으로 표적항암제 외에도 다양한 기전을 가진 면역항암제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기존 치료제와 병용해 새로운 치료 옵션이 탄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폐암은 치명률이 높고,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암종임에도 과거에는 항암제를 한번 쓰고 암이 진행되면 의사로서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안 교수는 "폐암 치료가 발전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또 환자와 공유하는 순간이 대단히 소중하게 느껴진다"면서 "새롭게 개발된 신약을 비교적 초기에 환자에게 사용하고 치료 효과를 경험하는 일은 의사로서도 즐거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암과 마찬가지로 폐암도 조기에 발견할수록 완치 확률이 높다. 폐암은 1기에 진단받아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80%에 이르지만 2기에서 발견되면 50~60%, 3기에서 발견되면 약 30% 내외로 줄어든다. 4기로 진단받는 경우 생존율이 10~15%대로 급격히 감소한다. 지난 2019년 7월부터 매일 1갑씩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만 54~74세 33만여명은 국가 폐암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안 교수는 "건강검진을 통해 폐암을 초기(1기)에만 발견해도 빠르게 치료를 받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면서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이라면 2년마다 저선량 흉부CT를 통해 정기적으로 폐암을 검진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폐암의 최선의 치료법은 결국 예방이다. 안 교수는 "흡연은 폐암의 발병 위험을 현격히 증가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면서 "비소, 크롬 등 직업적으로 폐암 위험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개인보호장비를 철저히 착용하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외출을 삼가거나 마스크 등의 적절한 보호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