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국내 바이오 기업을 집중 육성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산업에서 바이오가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면서 바이오 업계에서는 ‘인력 쟁탈전’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생명과학이나 의학을 전공한 연구자는 물론이고, 바이오 사업개발 등 바이오 관련 업무 경험자에 대한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 지원을 위해 출범한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인재 모집에 나섰지만 구인난을 겪고 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은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가 올해 7월부터 오는 2030년까지 10년 동안 총 2조1758억원(국비 1조4747억원, 민간 7011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국가신약개발사업’을 총괄 지원하는 단체다.
신약개발사업단의 주된 업무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나선 업체들의 임상 연구과제를 기획 평가 심사하고, 선정 및 관리하는 역할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글로벌 당국과의 대외협력도 한다. 정부가 최근 ‘국내 기업의 바이오 역량’ 확충에 나서면서 관련 업무가 크게 늘었다. 지난 7월에는 한국바이오협회에 있는 연구원이 신약개발사업단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사업단은 최근 서울 마포구 KPX 건물에 있는 사무실을 두 배 크기로 확장하고, 사업단 연구원을 20여명에서 50여명으로 늘리기 위해 비공개 인재 모집에 나섰지만, 원하는 인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사업단 관계자는 “Ph.D(박사)급 학력에 (바이오) 업계 5년 경력 이상의 인재를 찾고 있는데, 그런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한 전문 인력 쟁탈전이 이미 시작됐다. 업계에 따르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 회사에서는 대형 제약·바이오 업체로 이직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국내 mRNA 연구 경험이 있는 국내 석·박사급 인력은 100명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박사급뿐만 아니라 석사급 연구원들도 몸값을 높여서 제약·바이오회사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모더나의 mRNA 백신을 위탁생산(CMO)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인력 채용에 ‘올인’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채용 규모를 따로 정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연구원을 뽑을 방침이라고 한다. 삼성은 최근 24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통해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를 집중 육성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글로벌 테크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생명과학과 의학 등 국내 바이오 분야 학과 졸업생과 석·박사급 고급 인력 배출은 양적으로 적지 않은 수준인데도 막상 현장에 투입할 인물들을 찾기 어렵다”며 “우리가 그동안 바이오 인재 양성에 소홀했던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미국에서 공부한 인재들이 자국의 바이오 벤처로 돌아오고 있다고 들었다”며 “정부도 산업을 육성하려면 단순 지원책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 및 육성, 산학 협력의 내실 다지기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서 제약 및 의료기기 혁신형 바이오 기업 육성 방안을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선도기업 8곳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제약분야 2곳, 화장품 4곳, 의료기기 2곳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