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한달 째 고강도 거리두기에도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계속 치솟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시작된 18~49세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률은 예상외로 저조한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젊은층의 백신 부작용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된 가운데, 백신을 맞고도 확진되는 ‘돌파감염’이 속출하면서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여기에 18~49세 연령은 코로나19에 확진되더라도 사망하는 비율(치명률)이 0%대로 독감보다 낮아 백신 접종 필요성에 대한 경각심도 낮다.
전문가들이 백신 공급이 부족한 국내 상황에선 이들 젊은층 보다는 고위험군에 대한 2차 접종을 우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젊은층의 백신 호응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추석 전 3600만명 접종’을 목표로 세운 방역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 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생년월일 끝자리 ‘10부제’로 진행한 18~49세 백신 사전예약에서 지난 9일 예약신청 대상자(생년월일 9로 끝나는 18~49세) 141만3083명 가운데 예약한 사람은 83만9582명(59.4%)으로 나타났다. 10일에는 대상자 165만4773명 중 약 61%만 예약을 마쳤다.
결과적으로 이날 0시까지 대상자 총 480만8287명 중 271만2180명이 사전예약을 마치면서 예약율은 56.4%에 그쳤다. 백신 예약을 하지 않은 사람이 10명 중 4명이 넘는다는 뜻이다.
18~49세 연령층의 코로나19 백신 예약률이 저조한 것은 이들 연령대의 치명률이 낮은 데다, 최근 백신 접종 후 백신 부작용 사례가 자주 보고되면서 ‘백신 불신’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0시 기준 연령별 코로나19 치명률은 80세 이상 17.73%, 70대 5.24%, 60대 1.02%, 50대 0.24%, 40대는 0.06%, 30대 0.03%, 20대 0.01%, 10대 0%로 나타났다. 40대 이하만 따지면 코로나19의 치명률은 독감 치명률(0.05%)보다 낮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젊은층은 실제 감염돼도 무증상으로 지나가거나 경증에 그친다”며 “여기에 최근 젊은층 중심으로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된 것도 예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밖에 백신 수급이 차질을 빚은 가운데, 정부의 예방 접종 시스템에도 문제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신뢰를 잃었고, 또 이런 문제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10부제 예약에 대한 홍보를 소홀히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예약 추세 대로라면 정부가 내세운 ‘추석 전까지 전국민 3600만명 1차 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젊은층의 백신 호응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백신 접종 패러다임을 ‘전 국민 70% 1차 접종’에서 ‘고위험군 2차 접종 완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어차피 접종 수요가 적은 젊은층 대신에 고령자·기저질환자 같은 고위험군 위주로 2차 접종에 주력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델타 변이는 기존 백신의 1차 접종 만으로는 예방효과가 현저히 떨어지고, 고위험군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사망 확률이 높다. 최근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백신 2차 접종 후 확진되는 돌파감염도 속출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 확산 저지는 백신 1회 접종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중증 환자와 사망자 감소가 목표라면 고위험군 접종 완료율부터 높이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4차 유행 과정에서 예방접종 목표는 확진자 수를 줄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중환자 및 사망자를 줄여 의료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18~49세 연령층 예약은 10부제 예약으로 하루 정도의 예약 시간만 주어지기 때문에 예약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예약률을 높이기 위해서 접종 예약을 집중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추석 전 3600만명 1차 접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방역 전문가와의 간담회를 긴급 소집한 후 “델타변이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현재의 (방역) 프레임이 맞느냐는 지적도 있다”며 “(지금까지의 방역) 방식이 한계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김 총리의 이 날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현재 확진자 중심의 방역 대책을 위중증환자 중심으로 전환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날 오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은 “구체적인 검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987명으로 전날(2223명)에 비해 줄었지만, 2000명 수준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