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9일 방역당국은 수도권에 한해 오는 12일부터 2주 동안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하고,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을 2인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다.
정부는 백신을 두 차례 맞은 사람도 사적 모임에서 참여자로 숫자를 세기로 하고, 제사⋅직계가족⋅돌잔치 등 각종 예외도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결혼식·장례식도 친족만 49인까지 허용한다. 오후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했던 유흥시설도 종류를 막론하고 모두 영업장 문을 닫게 했다. 사실상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 백신 부족+델타 공포 초유의 ‘3인 이상 모임 금지’
정부가 수도권에 ‘셧다운’에 가까운 조치를 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감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국내에 유입된 가운데 백신 접종률이 낮은 수도권 20~30대 젊은 층이 확산세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수급 부족으로 이달 말까지는 백신 대량 접종도 어렵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이날 SBSbiz에 나와 “영국은 60% 이상이 접종 완료자인데, 1000명대였던 확진자가 3만명을 넘어가고 있다”며 “접종완료자가 적은 국내에서 델타 변이가 제대로 유행한다면, 지금의 1000명 단위가 1만명 단위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4차 유행이 이제까지 겪었던 3번째 유행보다 확진자가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최악의 경우 하루 확진자 숫자가 214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한 사람의 확진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가 현재 수도권에서 1.25~1.3수준인데, 2140명은 감염재생산지수가 1.7까지 높아졌을 때 나오는 숫자다. 지수는 소수점 이하 복리로 계산하면 쉽다. 1.25라면 한 사람이 10명을 만나면 100명에 확산시키지만, 1.7이면 900명을 확산시킨다는 계산이 나온다.
◇ “베이스라인 높아져 극적인 하락세 어려워”
방역 전문가들은 초고강도 대책으로 확진자 증가세가 잦아들긴 하겠지만 하루 확진자 숫자가 200~300명대였던 올해 초 수준으로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봤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앞으로 1~2주 정도는 하루 확진자 숫자가 늘어날 수도 있지만, (4단계 조치 덕분에)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약 1~2주 후에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증가세가 잡힌다고 하더라도 하루 확진자수가 500명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감염병은 대유행이 한 차례 지나갈 때마다 이른바 ‘베이스라인(시작점)’ 이 생긴다. 지난해 7~8월 하루 감염자 수는 100명 미만의 두 자릿수였다. 그해 12월 3차 대유행 때 최고 1200명을 기록한 후 올해 하루 확진자 숫자는 300~600명 사이를 오갔다. 이 정도 수준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증가세가 과거처럼 드라마틱하게 꺾이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베이스라인(시작점) 자체가 높아졌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에서 확진까지 시차를 고려하면 앞으로 2주 후부터 환자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천 교수는 이어 “영국은 방역을 유지한 상태에서 빠르게 접종을 해나갔는데도 확진자가 증가세인 걸 보면 그만큼 델타 전파력이 무섭다”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는 “4단계를 하면서 한두달 안에 접종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지금 당장은 중증환자가 많지 않지만, 50대 이하 연령대에서 델타가 확산하면 절대적인 환자 수가 커지고 그에 따라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