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는 증세가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클립아트코리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최근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는 것은 환자의 증상이 기존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다르다는 이유도 있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고열에 오한, 맛이나 냄새가 무뎌지는 증세가 있었지만, 델타 변이는 그런 증세는 없고 기침·콧물·두통·재채기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델타 변이에 감염됐더라도 단순 몸살이나 감기, 비염으로 착각해 검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지역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각) 영국의 킹스칼리지런던대학교 연구팀이 ‘코로나19 역학 연구’ 모바일앱을 통해 수집한 코로나19 확진자 증상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델타 변이 감염자 증상은 그동안 알려진 코로나19 증상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들이 모바일앱으로 자신이 겪는 증상을 등록하고 있다.

백신 접종 비율(67%)이 높은 영국에서는 백신을 접종한 뒤 코로나19에 재감염되는 이른바 ‘돌파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7일에 3만2000여명을 기록했다. 영국 보건 당국은 신규 확진자의 90%가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

연구에서 백신을 2회 접종한 후에도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이 가장 많이 보인 증상은 ‘두통’이었다. 이 밖에는 콧물과 재채기, 인후통, 후각 상실이 뒤를 이었다. 대표적인 코로나19 증상으로 여겨졌던 발열과 호흡곤란은 각각 12위와 29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대학교 '코로나19 역학 연구' 코로나19 델타 변이 주요 증상으로 재채기를 꼽았다/사이트 캡처

백신을 1회 접종한 경우에도 두통 증상이 가장 많이 보였다. 2~5위는 콧물, 인후통, 재채기, 기침이 차지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채 감염된 사람들 역시 두통 증세를 가장 많이 호소했고, 그다음이 인후통, 콧물, 발열, 기침을 언급했다고 한다.

눈여겨볼 것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표적 증상으로 알려진 후각상실과 호흡곤란은 9위와 30위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델타 변이는) 기존 코로나19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재채기와 콧물이 기침보다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델타 변이에서는 ‘후각 상실’이 주요 증상에 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일반 감기나 냉방병 증상과 비슷하다 보니 감염돼도 일상생활을 하다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접종을 받은 후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접종을 받지 않고 확진된 사람들보다 재채기를 주요 증상으로 많이 보고했다”며 “백신을 접종했고, 이유 없이 재채기를 많이 한다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감기와 유사한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단순 감기로 판단하지 말고 즉각 진단 검사를 받아야 급속한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델타 변이는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알파 변이의 1.6배 정도이고,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2.4배로 두 배 이상 높다.

다만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보다 증상이 경미했고, 또 증상을 보인 기간도 짧았다. 백신을 뚫고 돌파 감염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들이 중증으로 이어질 확률이 비교적 낮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감염 차단보다는 중증 환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을 백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플러스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 감염력이 셀 뿐만 아니라, 내성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지정 의과학연구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델타 변이가 유럽, 미국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해외여행을 제한할 필요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