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의료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루닛, 뷰노가 AI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암 분야 진단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고 있다.
28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루닛, 뷰노는 유방암·폐암·위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AI를 기반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루닛은 폐암, 유방암을 조기 발견하는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루닛은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부터 폐암, 결핵 등 9가지 폐 질환을 찾아내는 ‘루닛 인사이트 CXR’, 유방암 진단 보조 AI ‘루닛 인사이트 MMG’ 등을 허가 받았다.
루닛은 단순 암 진단에서 나아가 AI를 기반으로 한 치료 분야로 개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루닛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루닛 스코프 IO’는 AI가 암 환자의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해 암조직 종양침윤림프구(TIL) 분포를 3가지 면역학적 형질(3-IP)로 분류한 후, 각 형질에 따른 치료제 제시를 위한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전 세계에서 암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치료반응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품은 올해 하반기 상용화 될 예정이다.
회사는 루닛 스코프 IO를 활용해 20개 암종의 데이터 7000개 이상을 분석해 면역 치료를 방해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세포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면역세포 분포를 확인했다. 이 연구는 미국 스탠퍼드대병원과 국내 주요 의료기관 등에서 9가지 암 종류에 걸친 1000개 이상 환자 데이터를 통해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주요 암 치료에 AI 분석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연구 사례다. 이 플랫폼을 활용한 연구 결과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미국암학회(AACR) 등 세계 주요 3대 학술대회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루닛의 기술은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루닛은 지난해 9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연구소가 진행한 유방암 진단 AI 비교 연구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 이 연구에서 유방암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냈는지를 나타내는 ‘민감도’ 지표가 81.9%로 의사들의 77.4%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 ‘미국의학협회지 종양학(JAMA Oncology)’ 온라인판에도 실렸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AI를 통해 암의 전반적 영역에 걸쳐 더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이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효율적인 암 진단 도구로서 AI가 활용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며, 앞으로 유방암뿐 아니라 다양한 암 치료 영역에서 기술 개발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뷰노도 폐암, 간암, 위암 등 다양한 암 영역에서의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뷰노는 국내 최초로 흉부 CT 영상을 기반으로 폐결절을 탐지하고 폐결절 지름, 부피 등 정량적 정보를 제공하는 ‘뷰노메드 흉부CT AI’를 개발했다. 지난해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이 제품은 폐결절을 탐지하는 국내 1호 흉부 CT 인공지능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은 국내 의료진들에게 폐암 진단 보조 도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폐결절은 폐 내부에 있는 지름 3㎝ 이하의 둥근 폐음영을 의미하는데 폐암 초기 단계일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뷰노메드 흉부CT AI는 환자 흉부 CT 영상을 기반으로 측정이 까다로운 지름, 부피 등 정량적 폐결절 정보를 1분 내 판독한다. 판독 과정 중 놓치기 쉬운 결절 검출을 도와,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업무 정확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
뷰노는 간암 생존율을 확인하는 AI 플랫폼도 개발했다. 회사는 최근 미국 ASCO에서 인공지능 기반 간암 병리 관련 초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뷰노 병리 연구팀은 AI 기반 병리 연구 플랫폼인 ‘뷰노메드 패스랩’으로 351명의 간암 환자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림프구로 구분된 영역별 세포 밀도가 간암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는 데 주요한 변수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AI 기술로 디지털 병리 영상을 조직 단위뿐 아니라 세포 단위까지 정량화해, 간암 예후 예측에 중요한 인자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뷰노는 형태계측, 진단보조, 예후예측 바이오마커 개발 등 디지털 병리 분야에서 연구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회사는 필립스코리아와 AI 기반 병리 형태계측 솔루션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뷰노가 개발한 AI 기반 병리 형태계측 기술은 유방암, 신경내분비 종양 등 다양한 암 질환 관련 바이오마커 발현 정도를 정량화해 진단을 보조하는 것이 특징으로, 올해 인허가를 거쳐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회사는 연내를 목표로 위암 병리 AI 솔루션 ‘뷰노메드 패스 GC AI’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뷰노는 위암 외에도 전립선암, 림프절 등 보다 광범위한 영역의 병리 AI솔루션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김현준 뷰노 대표는 “다양한 디지털 병리 AI 솔루션을 개발해 암 진단 및 치료 워크플로우 개선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의료 AI는 암을 판단하는 의료진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인간인 의사의 판독 능력과 대등하거나 능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관측된다. 그 중심에 루닛, 뷰노 등 의료AI 업체들이 있다. 이제는 의료 AI가 단순 의사 보조 수단에서 나아가 암 영역에서의 진단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업체들이 국내외 글로벌 기업과 업무 협약을 통해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세계 3대 의료기기 회사로 꼽히는 GE헬스케어, 필립스가 루닛 제품을 선택했다. 루닛 제품은 전 세계 30여개국 250개 이상의 의료 기관에도 사용되고 있다. 뷰노도 이미 20여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필립스코리아, 유럽연합(EU) 기업 및 연구기관, 삼성전자 등과 함께 의료 AI 솔루션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멘스, 필립스 등 세계적인 의료기기 회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승부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AI 의료 영상진단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기술 제휴도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암 분야에서의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세계 AI 헬스케어 시장은 2016년 14억달러(약 1조5800억원)에서 연평균 50%씩 성장하며 2023년까지 228억달러(약 22조7700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