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앞으로 확진자 대부분이 델타 변이에 감염되는 우세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의료계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는 한편 한국 내 지역 사회 전파를 막기 위한 ‘검역’ 강화 조치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21일 의료계 전문가들은 “감염력과 치명률이 기존 코로나19다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질 경우, 국내에서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하반기 백신 접종에 보다 더 속도를 내고, 접종 이후에도 추가 감염에 대비한 부스터 샷(면역 효과의 연장·강화를 위한 추가 접종)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우세종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8일(현지시각)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져나간 국가가 80여개가 넘는다는 점을 들어,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의 지배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지난 15일(현지시각) 델타 변이 규정을 ‘관심 변이’에서 ‘우려 변이’로 한 단계 높였다.
델타 변이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영국발 알파 변이보다도 전파력이 60%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는 “델타 변이는 전파력이 두드러지게 높아 세계적으로 지배종이 되는 과정에 있으며, 이는 상당히 진척돼 있다”라고 말했다. WHO는 감염률과 백신 저항력이 높은 델타 변이를 ‘우려 변이’ 단계로 지정해 놓았다.
영국에서는 신규 확진자의 90%가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러시아도 신규 확진 89%가 델타 변이 감염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영국은 21일(현지시각)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시점을 한 달 뒤인 7월 19일로 미뤘다. 미국에서도 최근 신규 감염자 중 10%가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델타 변이가 8월쯤이면 미국의 지배종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CDC 조사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미국 41개 주에서 발견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12일까지 파악된 주요 4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총 1964명으로, 이중 영국발 알파 변이(1663명) 감염자 다음으로 델타 변이 감염자(155명)가 많다. 남아공발 베타 변이는 140명, 브라질발 감마 변이는 6명이다.
델타 변이가 위협 요소가 되는 이유로는 기존 코로나19 항체를 회피하는 능력 때문이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구자라트 생명공학 연구센터 연구진들은 최근 논문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토대로 델타 변이가 감염 혹은 백신 접종을 통해 형성된 항체를 피해 나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델타 변이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의 NTD(N-말단 도메인)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NTD에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 항체는 이 바이러스를 기존과 다른 것으로 인식할 수 있어 ‘표적 식별’ 어려워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델타 변이가 항체 공격을 피해, 감염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델타 변이에 효과를 보인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최근 미 언론을 통해 “화이자, 모더나와 같은 mRNA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델타 변이에 약 88% 효과를 보이고,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도 약 60%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 연구에 따르면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차까지 다 맞으면 각각 88%, 60%의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가지 않고 병원에 입원하는 걸 막는 효과는 각각 96%와 92% 정도다.
국내 의료계도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검역을 강화하는 것이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이 우세종이 될 것을 대비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변이에도 보다 더 효과적인 (기존 백신에서 업그레이드 된) 백신들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할 백신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했던 주요 요인으로 입국 제한 차단 조치가 미흡했던 점이 꼽히므로, 델타 변이가 국내에 추가 유입되지 않도록 검역 강화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며 “혹여라도 국내에 변이 바이러스가 퍼질 경우에 대비한 플랜B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바이러스 특성상) 복제를 통해 변이가 이뤄질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빠른 백신 접종을 통해 유행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하반기에 (고령자 대비) 상대적으로 접종 이득이 적은 젊은 사람들도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비해야 하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부스터 샷을 위한 백신 확보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방역 완화 조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개편하며 오는 7월부터는 사적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기로 했다. 반면 각국은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되는 영국에 빗장을 걸고 있다. 독일은 영국을 델타 등 변이 우려 지역으로 지정하고 독일 국민이나 영주권자, 이들 직계가족 등만 영국에서 독일로 입국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도 백신접종을 마친 여행자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보유했을 때만 영국에서 입국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국내에서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이 전 국민의 6~7%에 불과하기에 언제든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백신 접종 속도가 늦는 것에 비해 거리두기 완화 등 조치가 너무 빠르게 이뤄진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