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투병 끝에 7일 세상을 떠난 고(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에 대한 추모 물결이 프로축구 K리그2 그라운드에서도 이어진다. 유상철 전 감독 추모 이미지./연합뉴스

월드컵 영웅 유상철 전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난 7일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췌장암은 생존율(발병 5년 이후)이 12% 정도로 폐암(30% 안팎)보다 낮아 ‘가장 무서운 암’으로 꼽힌다. 췌장암 진단을 받은 후 5년 이후까지 살아있는 사람이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단 것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췌장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50세인 유 전 감독이 1년여 짧은 투병 생활 끝에 유명을 달리하면서, 췌장암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 이와 함께 난치성 질환인 췌장암을 극복할 수 있는 신약 항암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12일 의료계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췌장암을 다루는 데 1990년대 개발된 화학성 항암제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국내외에서 쓰는 췌장암 항암제는 ‘젬시타빈’, ‘아브락산’, ‘폴피리녹스’ 등 크게 3가지다. 의료계에선 초기 췌장암 치료에는 완전 절제 수술을 하고, 2기부터는 이들 항암제를 두 세가지 섞어 쓰는 ‘칵테일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다.

이는 췌장암이 등 쪽에 가까운 복부 뒤에 있어서 초음파 등으로 조기 발견이 힘들고, 2기 부터는 수술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송기병 교수는 “췌장암 치료를 위해 췌장을 완전 절제하는 수술은 전체 환자의 약 15% 이하에서만 가능하다”며 “완전 절제를 한다고 해도 재발율이 80~90%에 달한다”라고 했다.

문제는 화학성 항암제의 부작용이다. 독한 약을 여러 개 섞어 쓰면 인체에도 그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제약업계에서는 췌장암의 생존율을 눈에 띄게 높이지 않더라도, 기존 항암제 수준의 항암 효과가 있으면서 부작용을 완화하는 신약이 나오면 각광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췌장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매년 확대되고 있다.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췌장암 치료·진단 시장은 2015년 17억3000만달러(약 2조원)에서 2026년이면 23억달러(약 2조50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국내에서는 삼성제약의 자회사인 젬백스앤카엘이 췌장암 신약 ‘리아백스주(GV1001)’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에서 국내 임상 3상 시험결과를 발표하고, 오는 8월 이후 식약처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 회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48명의 췌장암 환자에게 임상 시험한 결과, 리아백스를 투여한 환자의 생존기간(중간값)이 11.3개월로 대조군(젬시타빈등, 7.5개월)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아백스는 2017년 최초의 췌장암 치료제로 21호 신약 타이틀을 얻었지만, 3상 임상 결과 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해 지난해 8월 허가가 취소됐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간암과 췌장암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아이발티노스타트’의 임상 3상 시험을 위한 시험계획서를 신청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정청에 췌장암 항체신약 후보물질 ‘PBP1510’의 1/2a상 임상시험승인신청서(IND)를 제출했다.

제일약품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하는 췌장암 치료제 후보물질 ‘JPI-547’은 식약처로부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GC녹십자셀’은 췌장암 관련 ‘이뮨셀엘씨주’ 국내 3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췌장암은 수술로 제거가 가능한 1기 상태서 발견되면 완치율은 50%로 뛴다. 건강 검진에서 복부 초음파를 했는데, 떼어내기 좋은 위치에 1~2㎝ 크기 췌장암이 발견되는 것이 그런 경우다. 그러나 췌장암은 증상 없이 나타나기에 조기 발견이 쉽지 않고, 초음파로 발견하기도 어렵다.

송기병 교수는 “췌장암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것들은 일상생활에서 회피하여 췌장암을 예방해야 한다”며 “금연,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하는 식생활 개선 및 적당한 운동 그리고 고지방, 고열량 식이를 피하는 것이 일상 생활에서의 예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