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의료 기관 종사자, 경찰·소방·해경,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1·2학년) 교사를 대상으로 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된 7일, 화이자 접종 대상이 아닌 20대 직장인들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할 수 있게 예약 시스템이 열리면서 약 2만명이 예약을 했다가 일괄 취소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부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30세 미만 회사원도 화이자 백신 접종 예약이 가능하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현대제 등 대기업과 신한은행, 국민은행 금융권에 다니는 20대 직원들이 올린 글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에서 예약을 마친 뒤 이를 캡처한 ‘인증샷’도 올렸다. 예방접종센터에 문의했더니 “예약됐으면 접종 대상자가 맞는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후기도 올라왔다.
이날 오전 11시쯤에는 삼성 SDS 직원 2명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 “예약 대상자가 아니라더라”라는 서로 상반된 글이 올라왔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화이자 접종 대상’이라고 떠서 날짜와 장소를 선택했는데, 홈페이지 화면이 넘어가지 않는다”고도 썼다. 국회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20대 보좌진 가운데 사전 예약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화이자 백신 예약 대상’이라는 안내가 떠 예약을 마쳤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하지만 20대 직장인들의 화이자 접종 예약은 오류로 판명났다. 이날 혼선은 질병관리청이 접종 대상자 명단을 잘못 입력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20대 화이자 접종 대상자들 가운데 의료기관 종사자에는 보건 의료인 외에 행정 직원 등 일반직도 포함된다. 질병청은 이 명단을 파악하기 위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명단을 활용했다.
문제는 대기업이나 국회 등에 딸린 부속 의원에서는 진료 이력이 있는 일부 직원·보좌진들이 해당 의원에서 일하는 일반직으로 건보 직장가입자 명단에 등록돼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기업 20대 직원 중 일부가 ‘화이자 접종 예약’ 안내를 받고 실제 예약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대상자가 아닌데 예약을 완료한 사람들은 예약을 일괄 취소하고 문자로 취소 내용을 안내할 것”이라고 했다. 추진단은 대상자가 아닌 2만명의 예약을 취소했다. 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명단으로 의료기관, 기업 소속 구분이 어려운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해서는 실제 대상자를 별도 조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20대 대기업 직원 화이자 예약’ 해프닝을 그냥 웃어 넘길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청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예약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4일부터는 잔여 백신 예약 접종을 할 때 예비 명단 등록 대상을 ’60세 이상'으로 한정한다”고 했다가, 밤늦게 “9일까지는 이미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려 둔 60세 미만도 잔여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말을 뒤집었다. 얀센 접종을 하지 않는 의료 기관까지 얀센 접종 예약을 받았다가 병·의원 항의를 받은 일도 있었다.
질병청은 백신 보릿고개가 풀리는 6월부터 접종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상반기 국민의 25%(1300만명) 접종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백신 예약이나 접종 현장 행정에는 실수가 속출하고 있어, 방역 당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질병청은 이날부터 60~64세, 30세 미만 군 장병 접종을 시작으로, 10일엔 30대 이상 예비군 등에 대한 얀센 접종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