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우주 정책 분야 싱크탱크 역할을 할 우주정책센터의 초대 센터장 공모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출신 인사는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그동안 항공 우주 정책을 기획하며 기술 노하우 등을 축적해 온 항우연 인사들이 센터장 공모에 불참하면서 과학계에서는 ‘우주 정책 싱크탱크’를 표방한 우주정책센터가 속빈 강정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실이 이날 한국연구재단에 확인한 결과 지난 24일 마감한 우주정책센터장 공모에 2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재단은 “현재 선정 과정이 진행 중인 만큼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항우연 출신 인사는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재단은 오는 6월 말 센터장을 선정한 후 그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우주정책센터는 지난달 유치 기관 선정부터 논란이 일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싱크탱크로 국가 우주 정책 기획을 지원한다는 목적에서 우주정책센터 유치 기관 및 센터장 공모를 냈다. 센터를 유치한 기관에는 5년간 7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관 입찰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항우연이 참여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자료 제출이 미흡했던 STEPI가 선정되면서 과학계에서는 “친문 실세인 원장(문미옥 STEPI 원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문미옥 원장은 20대 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을 했고,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을 지냈다.
그러자 학계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항공 우주 정책을 기획하고 발전시켜온 온 우주 전문 기관인 항우연을 달래는 차원에서라도 센터 유치 기관은 STEPI로 선정하더라도, 센터장은 ‘항우연’ 출신 인사로 발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항우연 출신 인사들은 단 한 사람도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학계 관계자는 “항우연은 기획정책본부 아래 우주정책팀도 있고 관련 분야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우주센터 기관 유치 과정에서 탈락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항우연 출신 인사가) 센터장에 공모를 지원해봤자 STEPI의 들러리를 서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과학계는 초대 센터장에 조황희 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전 원장은 전남대 화공경영학과를 졸업해 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노무현 정부 때 과학기술부 장관 정책자문관을 지낸 대표적인 친여(與) 인사다. 조 전 원장은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공공‧우주전문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STEPI 출신 인사들 중에서 우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자 과학계에서는 ‘친문(親文)’ 코드 인사가 우주정책 싱크탱크에서도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참관한 자리에 “정부는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로 격상할 것”이라고도 했었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에 의견 접근을 이루면서 우주 정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