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모더나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면서 국내 CMO 사업에 대한 제약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약 기술 개발로 바이오 의약품이 늘어나면 이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CMO 사업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CMO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중견 제약사들이 나오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 1월 중소 CMO 전문업체인 바이넥스와 디엠바이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 CMO 사업에 직접 뛰어든 것은 GC녹십자가 처음이다.

GC녹십자는 바이알과 프리필드시린지(PFS. 미리 백신을 주입해, 바로 접종할 수 있도록 주사기) 등 완제의약품 분야에 강하고, 바이넥스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하고 있으니, 이런 장점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3월 3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 위탁생산(CMO), 위탁개발(CDO), 위탁개발생산(CDMO), 임상시험수탁(CRO)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대웅제약은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첨단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받고 CDMO에 뛰어들었고, 동아쏘시오그룹 자회사 에스티팜은 ‘올리고’ 핵산 치료제의 원료의약품(API)과 mRNA(메신저 리보핵산) 관련 CDMO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CMO는 반도체로 치면 퀼컴, 화웨이 등 팹리스(fabless·설계전문업체) 의뢰를 받아 시스템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대만의 TSMC와 같은 비즈니스다. 반도체는 설계도 중요하지만 그 도면을 받아 정확히 생산하는 기술력이 중요하다. 이런 사업 구조는 바이오 신약 개발, 제조 과정이 유사하다.

다만 바이오 신약 개발은 반도체와 비교해 성공 가능성이 낮고 상용화까지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삼성그룹도 바이오 산업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를 바로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판단하에 CMO 전략을 먼저 택했다. CMO는 신약 개발보다 마진율은 좀 낮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 신약 개발이 늘어나면 글로벌 CMO 사업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CMO 시장은 2019년 133억달러(약 15조원)에서 지난해 154억달러(약 17조3000억원)로 늘었고, 2025년에는 303억달러(약 34조1780억원)를 기록해 연평균 13.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후광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계기로 한국의 CMO 역량이 세계에 알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CMO 역량이 있는 국내 제약사에게 다국적 대형 제약사 위탁생산 기회가 열릴 수도 있지 않겠냐”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형 CMO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수 있어 바이오벤처의 임상용 시료 생산 위탁 등을 주로 하는데, 이 역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