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는 난치성 이명에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시술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경과 및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경두개 자기자극술’과 ‘경두개 직류자극술’을 이명 치료에 접목해 효과를 본 것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배성훈 교수 연구팀은 약물이 듣지 않는 6개월 이상의 만성 이명 환자 69명을 대상으로 ‘경두개 자기자극술’과 ‘경두개 직류자극술’을 시행해 효과를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이명은 외부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자신의 귀에서만 ‘삐~’, ‘윙~’ 등의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증상이 지속하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해 전반적인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경두개 자기자극술은 머리 표면의 전자기 코일에서 발생한 자기장을 뇌에 흘려보내 신경 세포를 자극하는 시술이다. 경두개 직류자극은 두피 위에 설치한 전극에서 뇌 표면으로 약한 직류자극을 보내 신경 세포를 활성화한다. 그동안 정신건강의학과이나 신경과에서 우울증, 강박장애,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의 하나로 사용돼왔으나 이명 치료에 활용한 사례는 많지 않다.
연구팀은 이명이 귀 자체의 문제로 시작되더라도 만성화되면 대뇌의 이상 활성까지 초래한다고 알려진 만큼 대뇌의 신경세포 활성을 조절하고자 경두개 자극술을 치료에 활용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대상자 69명 중 33명에게는 경두개 자기자극술을, 36명에게는 경두개 직류자극술을 각각 5일 동안 매일 10분씩 시행했다. 이후 치료 전과 직후, 1개월 후 시점에 이명 증상을 평가했다.
그 결과 경두개 자기자극술을 받은 환자 17명(47%)과 경두개 직류자극술을 받은 환자 12명(36%)에게서 치료 전과 비교해 이명 증상이 20% 이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경과는 시술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난 후에 더 좋았다. 이를 통해 5일간의 치료로 길게는 수개월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문 교수는 “지금까지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이명 환자는 이명에 적응하거나 자연스럽게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오랫동안 고통받아야 했다”며 “새로운 치료법은 짧은 치료 기간에도 효과가 장기간 유지돼 난치성 이명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경두개 자기자극술, 경두개 직류자극술과 관련한 치료 프로토콜을 만들고 이명 환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