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 성영철 회장.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가장 안전하면서도 다양한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에도 대비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만난 성 회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넥신은 국내 바이오 기업 중 코로나19 백신 임상이 가장 빠른 단계에 진입해 있다. 성 회장은 “단지 국내에서 가장 빠른 백신을 개발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차별성과 우수성을 가지고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넥신은 코로나19 DNA 백신 임상 1상을 완료, 현재 국내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7일 임상 2a상 대상자 150명에 대한 첫 투여가 모두 끝났고, 현재 두 번째 투여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임상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제넥신은 인도네시아서 임상 2/3상을 진행한 후 연내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기로 했다.

남아공, 브라질 등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률이 높은 국가 등에서도 총 3만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제넥신은 한국파스퇴르와 업무 협약을 통해 변이체가 주로 발생하는 지역에서 글로벌 임상 2/3상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파스퇴르연구소의 국제 네트워크와 글로벌 바이러스 네트워크(GVN) 등 국제 협력을 활용해 양 기관이 함께 해외 임상을 추진, 변이체에 대한 GX-19N의 예방효과를 입증해 나가기로 했다.

회사는 코로나 치료제 GX-I7도 개발 중이다. 한국과 미국(네오이뮨텍 주관)에서는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며 인도네시아에서는(KG BIO 주관) 21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이 치료제의 긴급사용승인 획득을 목표로 한다.

통상 백신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들 위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이뤄졌다. 성 회장은 “한국에서는 아직 새로운 백신을 처음으로 개발해온 경험이 있는 기업이 별로 없다”면서 “우리도 예방 백신 개발은 처음이지만, 동일한 플랫폼 기반으로 치료 DNA 백신을 25년 넘게 개발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축적된 기술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넥신의 DNA백신은 유전체(DNA) 정보를 전달하는 리보핵산(RNA)을 약하게 하거나 비활성화된 상태로 몸에 넣어 스파이크 단백질을 형성, 면역 반응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화이자,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방식 백신과 비슷한 유형의 백신이다.

최근 글로벌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의 얀센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혈전증 부작용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성 회장은 “이러한 백신들은 세포내 전달이나 면역 증강 등을 위해 항원 외에 다른 물질들(아데노바이러스 단백질)이 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적절한 이상 반응 등으로 부작용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접종에 따른 이익이 더 커서 백신을 맞는게 낫다”고 했다. 그는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나이, 성별 등 개인 특성에 따라 리스크를 최소화해서 접종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넥신 DNA 백신 안전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DNA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라면서 “우리 몸에 원래 있는 성분으로만 만들어져서 백신 항원 외에는 다른 ‘이물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백신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제넥신이 개발 중인 DNA 기반 백신은 전신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제넥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진행된 DNA 백신 임상(1상 90명, 2상 150명)에서 중등도 이상 심각한 전신 부작용은 전무했으며 근육통, 두통 등 경증 이상반응 또한 낮았다.

백신 허가를 위한 최종 관문은 임상 3상이다. 아직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진입한 기업은 없다. 성 회장은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는 보통 3만명 이상의 대규모 임상 참여자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코로나 환자 발생률이 낮은데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임상 지원자 모집이 쉽지 않다”면서 “국내에서만 진행하긴 어렵고, 글로벌 임상을 통해 코로나 발생률이 높은 나라에서 공동 임상 진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임상 3상에 드는 비용만 1500억원 정도로 큰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산 백신 개발 성공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이러한 시간과 경비 등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정부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정부 모두, 이번 기회에 백신 개발을 완주해 다양한 백신 플랫폼을 국내에서도 구축하는 데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전례 없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국내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성 회장은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처하는 접근방식을 다르게 해야 한다”면서 “국가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물론, 팬데믹을 안보 및 경제와 직결되는 문제로 보고 ‘국방의 개념’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국립보건원)와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질병통제예방센터)뿐 아니라 DoD(Department of Defense, 국방부)에서 팬데믹 대처를 위한 예산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성 회장은 “우리 정부도 지난해부터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수천억을 지원하고 있으나 대부분 과기부와 복지부 예산이다”라며 “수십조에 이르는 국방 예산에서 일부를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국가 방위의 개념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병과의 전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제넥신의 한 연구원이 치료 유전자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도 신약 개발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K바이오 선구자로 꼽힌다. 성 회장은 1999년 포스텍 학내 벤처기업으로 제넥신을 창업해 현재 시가총액 약 2조8880억원의 기업으로 키웠다. 성 회장은 “10년 전과 비교해 K바이오는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면서 “제약바이오 업체에서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 후보물질이 기술수출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바이오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적,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정부의 자금 지원 외 임상 연구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과 임상 프로세스 개선이나 사업화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