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극심했던 반도체 부진을 딛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에서 조단위 영업이익을 회복할 전망이다. AI로 주목받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의 실적 기여도가 높아진 데 이어 애물단지로 꼽히던 낸드플래시도 업황 개선세를 보이면서 가파른 실적 상승이 예고된다. HBM 사업에서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의 경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15일 업계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반도체 성적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잠정 실적을 통해 6조6000억원의 ‘깜짝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SK하이닉스도 2조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기대가 나오면서다.
하나증권과 SK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각각 2조2000억원, 2조6000억원으로 상향했다. 앞서 KB증권은 영업이익 전망치로 2조1000억원을 제시했다. 전망대로면, SK하이닉스는 2018년 4분기(4조4300억원) 이후 약 5년만에 영업이익 2조원대 벽을 넘어서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불황 직격탄을 맞으며 2022년 4분기부터 적자를 지속해왔다. 이후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조단위 영업이익은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시한 메모리 감산과 HBM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전략이 맞물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AI 훈풍을 타고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HBM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 주문이 잇따르며 HBM3 및 HBM3E는 내년 물량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관련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주총에서 “올해는 전체 D램 판매량 중 HBM 판매 비트 수가 두 자릿수 퍼센트로 올라와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HBM 수급은 타이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 갱신이 유의미한 이유는 D램 기준 글로벌 1위로 등극하기 때문”이라며 “SK하이닉스는 HBM으로 D램의 혼합평균판매단가(Blended ASP)가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는 만큼 가격 효과가 돋보일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낸드 업황 회복도 상승사이클에 힘을 싣는다. 낸드 글로벌 3위 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은 최근 고객사에 SSD 및 HDD 제품의 공급가 인상 방침을 통보했다. AI용 열풍으로 서버용 스토리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낸드 시장 매출이 620억4000만달러(약 85조원)로 전년 대비 63.2%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낸드 시장 1·2위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SSD 등 가격 인상으로 1·4분기 낸드 사업 흑자전환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업황 회복으로 DS부문(메모리 2조5000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생성형 AI 관련 HBM과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핵심 요인은 예상을 뛰어넘는 메모리 부문 이익 개선 때문이다”라며 “디램뿐 아니라 낸드 이익 개선도 두드러졌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상대적으로 기대가 낮았던 낸드 이익이 AI 서버에서의 eSSD 수요 증가를 기반으로 빠르게 개선되면서 BEP 수준에 근접했다. 향후 메모리 이익 개선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IT조선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