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정주 NCX 이사,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 법인 대표,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 /넥슨 제공

넥슨 일본법인은 지난 2011년 12월 14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1300엔으로 당시 환율 기준 약 1만9300원이었다. 상장을 한 달여 앞두고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회원 13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당하는 등 악재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8조원이 넘는 5530억엔 수준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란 평가를 받았다.

당시 IPO로 넥슨은 일본에서 닌텐도, 소니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게임사가 됐다. 일본 게임시장에서 터줏대감으로 여겨지던 세가, 코나미, 반다이남코를 제친 액수였다.

넥슨은 일본 상장 훨씬 이전부터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김정주 NXC 이사는 1998년 일본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를 방문했다가, 사람들이 닌텐도 게임기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 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듬해 11월 넥슨은 일본 웹호스팅 업체 솔리드네트워킹과 손잡고 현지 합작법인을 만들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3년 후인 2002년 12월 넥슨은 일본에 단독 법인을 세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회사는 한국 법인이었고 일본 법인은 지사였다. 그런데 일본 법인이 세워진 뒤 3년이 지난 2005년 10월, 모회사가 한국 법인에서 일본 법인으로 바뀌면서 한국 넥슨(넥슨 코리아)은 넥슨 일본 법인의 자회사가 됐다. 현재 일본 ‘NEXON’이 한국 ‘넥슨코리아’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김 이사가 일본을 선택한 이유는 첫째로 그가 일본 게임산업을 잘 알고 있는 ‘지일파’였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컴퓨터에 빠져 살았던 김 이사는 서울대 재학 시절 일본에서 공부하며 일찍이 일본 게임산업을 접했다. 그는 1988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재학 중 일본항공(JAL) 장학생 프로그램에 선발돼 일본 상지대(조치대)에서 몇 달간 연수했다.

일본이 소니, 닌텐도 등 유명한 게임 회사의 종주국인 만큼 게임 문화가 발달했다는 점도 일본 상장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2011년 당시 한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이 아닌 일본에 먼저 상장한 이유에 대해 “일본을 잡아야 세계 게임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승우 넥슨 일본법인 명예회장(상장 당시 대표)은 지난 2015년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그(김정주)는 오래전부터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생각했다”며 “미국, 홍콩 등 여러 곳을 검토했지만,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게임 종주국이란 점을 고려해 일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 게임 시장의 분위기도 한몫했다. 2011년은 일본 게임 시장의 주도권이 넥슨의 주력 분야인 온라인 게임으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기존에 시장을 선도하던 가정용 콘솔, 오락실 아케이드 시장은 매출 부진과 이익 감소를 겪고 있었다.

일본 상장 이후 김 이사와 창업공신들, 주요 임원들 모두 주식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김 이사의 지분 평가액은 3조원이 넘었으며, 최고창조책임자(CCO)였던 김상범 전 이사의 지분(2.38%) 평가액은 1700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