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8위 항공사인 스피릿항공이 유가 급등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한 가운데, 항공업계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폐업하거나 대형 항공사에 인수·합병(M&A)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회장 / 로이터=연합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회장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연례총회에서 올해 항공업계 수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올해와 내년에 일부 소규모 항공사들이 파산하거나 대형 항공사에 인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월시는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재정난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항공사들에는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저가 운임을 앞세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영난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항공 교통량의 85%를 차지하는 IATA가 추산한 올해 항공업계 합산 순이익은 230억 달러(약 36조원)로, 기존 전망치인 410억 달러(약 64조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실적 추정치인 450억 달러(약 70조원)와 비교해도 반토막에 가까운 규모다. 순이익률 역시 기존 4.2%에서 2.0%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실적 전망 하향은 여객 수요가 견조하고 항공기 탑승률과 매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항공사들이 지정학적 충격과 유가 변동성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항공업계 매출은 올해 1조1000억 달러(1704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악화의 핵심 원인으로는 이란 전쟁에 따른 항공유 가격 급등이 꼽힌다.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글로벌 원유 수송망에 차질이 발생했고, 항공유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IATA는 올해 항공유 가격이 전년 대비 70% 상승해 배럴당 평균 152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유 가격 상승은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도 키우고 있다. 항공유는 올해 항공사 전체 운영비의 31.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비는 지난해 2520억 달러(약 390조원)에서 올해 3500억 달러(약 542조원)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승객 1인당 순이익도 지난해 9.1달러에서 올해 4.5달러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기 노후화 역시 항공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의 항공기 인도 지연으로 전 세계 항공기 평균 기령이 15년을 넘어서면서, 항공사들은 연료 효율이 낮은 노후 기종을 더 오래 운항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연료비 부담은 110억 달러(약 17조원)가량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월시는 "항공사들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항공기를 더 오래 운항하면서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효율성 개선 기회를 놓치고 유지·보수 비용과 항공기 임대료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IATA는 대부분 지역 항공사들이 흑자를 유지하겠지만, 중동 항공사들은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에미레이트항공·카타르항공·에티하드항공 등 걸프 지역 항공사들은 전쟁 초기 역내 영공이 사실상 전면 폐쇄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