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7년 만에 북한을 국빈 방문하는 가운데,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실고 북중 전략적 협력과 유엔 중심 국제질서 수호를 천명했다. 시 주석은 8일 공개한 기고문에서 시대 흐름에 발맞춰 양국 소통을 공고히 하고, 다극화된 국제 사회를 함께 이끌어가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 중심 단일 패권주의 체제를 배격하고 다자주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피력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노동신문 1면 기고문에서 양국 결속을 강하게 호소했다. 시 주석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전략적 의사소통과 협조를 강화하고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계와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고 기고문에서 밝혔다. 양국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리셉션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줄곧 다극화 질서와 반패권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 혜택을 주는 포용적 경제 세계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강권 정치와 군국주의 부활 책동에 정면 반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어 중국 15차 5개년 계획 안착과 북한 노동당 제9차 대회 전략적 배치를 각각 언급하며 "양국이 새로운 독자 노선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압박에 북한과 맞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유대감도 기고문에서 적극적으로 과시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북한은 최고지도자들 전략적 소통이 최대 장점"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여섯 차례 만난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당·정·군 전 계층이 친척처럼 자주 왕래하자"고 제안했다. 각자 실정에 맞는 사회주의 노선을 지지하고, 당 관리와 국가 통치 경험을 심도 있게 교류하자는 주장이다.

중국과 북한 발전 전략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경제협력 구상도 기고문에 실렸다. 시 주석은 "다채로운 형식을 도입해 교류를 활성화하고 세대를 이어 우호 접수봉을 넘겨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분야 협력 잠재력을 전방위로 발굴해 공동 발전을 촉진하고 주민 복지를 실질적으로 증진하겠다는 공언으로 보인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기고문에 중국이 북러 군사 밀착 구도 속에서 평양에 대한 지배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 소속 분석가 윌리엄 양은 영국 이디피24 인터뷰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은 이번 메시지를 통해 평양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 주장하고 동북아시아에서 자국이 가진 전략적 이익을 지키려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