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의 베테랑 기자 스콧 펠리(68)가 경영진을 공개 비판한 지 하루 만에 해고됐다.

스콧 펠리./연합뉴스

2일(현지시각) AP통신 등 미국 언론이 미디어 전문 매체 스테이터스(Status)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CBS는 이날 펠리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펠리는 CBS 저녁뉴스 앵커를 지냈으며 오랜 기간 '60분'의 대표 기자로 활동해 왔다.

펠리는 전날 열린 '60분' 제작진 회의에서 새 경영진과 정면충돌한 직후 해고됐다. 스테이터스에 따르면 펠리는 지난달 새 총괄프로듀서로 임명된 닉 빌턴이 모두발언을 시작하자 곧바로 발언을 끊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빌턴에 대해 "그 자리를 맡기에는 자격이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빌턴은 정보기술(IT) 전문 기자와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했지만 전통적인 주간 뉴스 프로그램 제작 경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펠리는 CBS 뉴스 보도본부장인 배리 와이스에 대해서도 "그 자리에 필요한 자격이 전혀 없다"며 CBS 저녁뉴스에 가해진 변화가 "재앙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빌턴이 "와이스는 이 조직과 '60분'을 사랑한다"고 두둔하자 펠리는 "그는 '60분'을 죽이고 있다. 그는 이곳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이 조직을 죽여버리기 위해 영입됐고 정확히 그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맞받아쳤다.

펠리는 최근 단행된 대규모 구조조정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베테랑 제작진 해고를 "잔인한 일"이라고 규정했고, 회의에 참석한 제작진들은 여러 차례 박수로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CBS는 지난달 말 '60분' 총괄프로듀서였던 타냐 사이먼을 비롯해 간판 기자인 샤린 알폰시, 세실리아 베가 등을 해고했다. 빌턴과 와이스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 제작진을 대거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다음 날인 2일 저녁 펠리는 와이스 보도본부장, 톰 시브로스키 CBS 뉴스 사장, 빌턴, 인사 담당자와 면담한 뒤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60분' 제작진에게도 펠리의 해고 사실이 전달됐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CBS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BS 모회사인 파라마운트는 지난해 8월 데이비드 엘리슨이 이끄는 스카이댄스 미디어에 인수됐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오라클 공동창업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랜 지인으로 알려진 래리 엘리슨의 아들이다.

스카이댄스 측은 인수 과정에서 CBS가 "다양한 이념적 관점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디어 업계에서는 이를 CBS 뉴스의 기존 진보 성향을 완화하고 보수 성향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파라마운트는 인수에 앞서 보수 성향 언론인으로 알려진 와이스가 설립한 매체 '더 프리 프레스'를 1억5000만달러(2283억원)에 인수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제기한 '60분' 편파 보도 소송도 1600만달러(243억5200만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와이스는 2025년 10월 CBS 뉴스 보도본부장에 임명됐다. 이후 미디어 업계에서는 새 경영진이 트럼프 행정부와 지나치게 밀착돼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 해고된 샤린 알폰시는 지난해 말 이민자 추방 정책 관련 리포트가 방송 직전 취소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세실리아 베가 역시 해고 이후 CBS가 외부 압력과 내부 검열을 동시에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CBS는 최근 33년 역사의 정치 풍자 프로그램 '더 레이트 쇼'도 폐지했다.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2015년부터 11년간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월에는 '60분' 진행자로 20년간 활동한 앤더슨 쿠퍼도 재계약 없이 회사를 떠났다.

콜베어와 쿠퍼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방송인들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