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이 우승한 직후 프랑스 전역이 거대한 난장판으로 변했다. 승리의 기쁨에 도취한 일부 팬과 군중이 폭도로 돌변해 방화와 약탈, 경찰관 폭행을 일삼으면서 주말 사이 9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체포됐다. 프랑스 사법당국은 즉결심판을 통해 강경 대응에 나섰다.
1일(현지 시각)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 주말 PSG의 우승 직후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비롯해 리옹, 툴루즈, 몽펠리에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해 총 890여 명이 체포됐다. 이는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보다 체포자가 4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경찰을 향해 박격포형 폭죽을 발사하고 상점을 약탈하거나 기물을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진압 과정에서 경찰과 헌병 178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이번 사태로 체포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열성 축구팬이나 상습 범죄자가 아닌 10~20대 청년들이었다고 보도했다. 상당수는 "축제를 즐기러 나갔다가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진술했다.
리옹 시내에서 쓰레기통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시리아 난민 출신의 압두라만 K(19)씨는 "친구들이 재미있는 일이 있다고 해 따라갔다"며 "술을 마신 상태에서 바보 같은 짓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평생 축구 경기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파리에서 폭죽을 발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8세 청년 막심 I. 역시 "단지 우승을 축하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군중에 휩쓸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18세 직업학교 학생은 친구들과 결승전을 보기 위해 파리를 찾았다가 경찰과 시위대가 뒤엉킨 현장에 휘말려 체포됐지만, 재판 과정에서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프랑스 사법당국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우승 축제가 아니라 공권력에 대한 집단적 도전으로 보고 있다. 마티외 노르망 검사는 "일부 청년들이 경찰에게 폭죽을 쏘는 것을 일종의 유희로 생각하고 있다"며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대중에게 상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관련 사건에 대해 즉결심판을 진행하며 강력한 처벌 방침을 밝히고 있다.
최근 프랑스는 국가 재정 적자 확대와 연금 개혁 갈등, 이민자 문제 등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민자 추방 정책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 진영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축구팀의 승리가 폭동으로 이어지는 나라는 프랑스뿐"이라며 "승리의 밤에 폭력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집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느끼는 곳도 프랑스뿐"이라고 규탄했다.
샹젤리제 거리를 관할하는 공화당 소속 파리 8구청장 역시 성명을 통해 "정부는 더 이상 이런 대규모 인파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치명적인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 대규모 거리 집회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SG의 역사적인 우승은 프랑스 축구의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됐지만, 동시에 '축구도 보지 않은 청년들'까지 거리로 끌어낸 군중심리와 사회 불안의 단면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