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워싱턴DC의 대표 문화시설인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케네디센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의회의 승인 없이 기관 명칭을 변경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쿠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29일(현지시각) 케네디센터 명칭 변경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 원상 복구 조치를 명령했다.

법원은 14일 이내에 건물 내외부의 관련 표지판을 철거하고 정부 공식 문서와 홍보 자료 등에 사용된 '트럼프-케네디 센터' 명칭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센터 명칭을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그러나 법원은 케네디센터 명칭 변경 권한이 의회에 있다며 이사회의 결정이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 온 케네디센터 개편 계획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기존 이사진을 교체하고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사회를 재구성했다. 이후 센터를 약 2년간 폐쇄한 뒤 대규모 개보수를 추진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쿠퍼 판사는 이사회가 휴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도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해당 결정 역시 무효라고 봤다. 다만 향후 독립적인 검토를 거쳐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이사회가 다시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케네디센터 운영권을 의회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실패한 기관을 의회에 다시 넘겨 그들이 향후 어떻게 할지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상무부에 이관 절차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현행 법체계상 케네디센터 운영권을 의회로 직접 이관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정부 사업과 공공시설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정책을 잇달아 추진해왔다. 연방정부의 아동 자산 형성 지원 프로그램에는 '트럼프 계좌'라는 이름이 사용됐고, 미 해군 신형 함정에는 '트럼프급 전함' 명칭이 검토되고 있다. 100만달러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이민 프로그램 역시 '트럼프 골드카드'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