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현지 시각)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돌입한 이후에도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를 겨냥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이어갔다. 휴전 합의 이후 이란이 공격한 중동 국가는 UAE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이란이 유독 UAE를 집중 겨냥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UAE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해방 프로젝트' 작전에 착수한 지난 4일, 이란에서 발사된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했다. 이 과정에서 푸자이라 항구 석유 시설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UAE 측은 밝혔다. UAE는 이후에도 일부 지역이 이란발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드론 공격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전했다.
UAE는 지난 2월 말 이란과의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걸프 국가다. 이란은 UAE를 향해서만 2800발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이는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은 물론 다른 어떤 걸프 국가보다도 많은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AE는 걸프 지역에서 이란과 가장 공개적으로 대립하는 국가로 부상했으며, 전쟁 기간 내내 미국과 긴밀한 군사 협력을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UAE가 이란의 주요 표적이 된 것은 미국과의 밀착 행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UAE는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미군은 아부다비 외곽의 알다프라 공군기지를 중심으로 수년간 UAE 영토에 상당 규모의 병력을 주둔시켜왔다. 알다프라 공군기지에는 수천 명의 미군 병력과 첨단 장비가 배치돼 있으며,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전쟁 기간 공격 목표라고 주장한 레이더·정보 시스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AE가 이스라엘과 공개적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해온 점 역시 이란을 자극한 배경으로 꼽힌다. UAE는 2020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하며 공식 수교했다. 다른 중동 국가들도 비공식적으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바레인과 UAE는 공개적으로 관계 정상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UAE와 이스라엘은 국교 수립 이후 군사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왔다.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빗 시스템즈는 UAE에 현지 자회사를 설립했고, 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UAE에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 기술과 병력을 제공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 같은 조치를 받은 아랍 국가는 UAE가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UAE는 이란에 또 다른 적대국으로 인식됐다. 지난 14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UAE를 향해 "우리 조국에 대한 침략 행위에 직접 개입했다"며 "UAE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해 무기와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자국 영토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UAE가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을 상대로 직접 군사 행동에 나선 점도 이란의 핵심 표적이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WSJ에 따르면 UAE는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하기 전인 지난달 8일, 이란 남부 연안 라반섬의 정유 시설을 비밀리에 공습했다. 또 최소 두 차례에 걸쳐 이란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공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종료될 경우 UAE가 다시 이란의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2일 UAE의 대이란 공격 보도를 언급하며 "휴전이 파기되고 미국과 이란이 다시 충돌할 경우 UAE가 이란의 핵심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