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켈리 오트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순방에 동행했지만,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주문 규모에 보잉 주가가 급락했다.

보잉 로고 / AFP=연합

14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보잉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74% 하락한 229.21달러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227.50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중국에서 신규 수주를 확보했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 동의한 사안 중 하나는 항공기 200대 주문"이라며 "보잉 항공기"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기종이 포함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가 중국의 보잉 주문 규모를 최대 500대로 전망하는 등 시장 기대치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오트버그 CEO가 이번 순방에 동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조지 퍼거슨 분석가는 "200대 주문은 300대 이상, 특히 기종별 세부 내용까지 기대했던 시장에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과거에도 중국 정부의 항공기 구매 계약이 최종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맷 에이커스 항공우주 애널리스트도 로이터통신에 "투자자들은 현재 발표가 기대보다 작은 규모라고 해석하고 있다"며 "이번 방중 기간 추가 주문이 나올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방중 이후 대규모 보잉 발주 계약을 공개한 적이 없다. 2020년에는 항공기를 포함한 770억달러(약 115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그 사이 중국의 항공기 수요는 보잉 경쟁사인 에어버스로 이동했고, 보잉은 중국 시장 점유율을 상당 부분 내줬다.

다만 미·중 무역 갈등으로 지난 10년간 보잉이 중국에서 사실상 신규 수주를 따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200대 주문은 미국산 항공기의 중국 시장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트버그 CEO 역시 순방 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번 방문이 "보잉에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보잉으로서는 이번 계약이 중국 항공사들과의 수년에 걸친 협상에 마침표를 찍는 의미가 있다"며 "동시에 세계 2위 항공 시장에서 이어져 온 오랜 수주 가뭄을 끝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보잉이 중국으로부터 추가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다. 중국은 급증하는 여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최대 1000대 규모의 신형 항공기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에어버스의 영향력이 여전히 큰 데다 중국도 자체 여객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항공기 수요가 보잉 발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