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공으로 꼽히는 경영학이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는 선택'이라는 기대와 달리 낮은 소득과 불투명한 취업 성과로 흔들리고 있다. 대학들이 앞다퉈 경영학 정원을 늘리는 사이, 졸업생들은 기대 이하의 처우와 학자금 대출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경영학 전공자의 졸업 5년 후 평균 연봉은 약 3만3200파운드(약 6626만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문 기술직인 간호학 전공보다 1100파운드 적은 수준이다. 지리학이나 언어학 등 이른바 취업 사각지대 전공과도 비슷한 수준이며, 의학·경제학 등 고소득 전공과의 격차는 훨씬 크다.
취업 시장의 평가도 냉정하다. 경영학 열풍으로 학위 보유자가 급증하면서 희소성은 떨어졌지만, 기업들은 점점 더 실무 능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FT는 일부 기업들이 대졸자 대신 고교 졸업생을 채용해 실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학위형 견습제'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제조업체 인사 책임자는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며 "실무 모르는 경영학 졸업생을 채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잘라 말했다.
경영학이 영국 대학가에서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배경에는 대학의 재정 논리가 숨어 있다. 경영학은 이공계와 달리 고가의 실험 장비나 특수 설비가 필요 없어 운영 비용이 매우 낮다. 대규모 강의가 가능해 대학으로서는 최고의 수익 모델인 셈이다. 실제로 일부 대학은 경영학 수익으로 다른 비인기 학과를 유지하는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캔터베리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교 등은 외부 교육 업체에 강의를 맡기는 프랜차이즈 방식까지 동원해 10년 만에 경영학 전공자 수를 24배나 늘렸다.
이 같은 구조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경영학과가 대학의 '현금 인출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로레인 디어든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는 "나쁜 경제 논리가 대학을 지배하고 있다"며 "대학은 손쉽게 수익을 챙겼지만 그 청구서는 학생과 납세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고등교육의 양적 확대가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경영학 학위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던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