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종전 협상 재개를 앞두고 중재국 파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양국의 회담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고, 미국 정부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하고 가상화폐 계좌 동결에 나섰다. 양국이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암운이 감도는 가운데, 이르면 양측 대표단이 이번 주말 파키스탄에서 접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이란 협상 상황에 정통한 이란 고위 당국자 2명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이 제안한 평화 협상안에 대한 서면 답변을 들고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로 향했다고 전했다.
현재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은 아라그치 장관이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이어가고자 '이번 주말' 파키스탄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협상이 이번 주말에 재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한 미국 당국자는 이번 회담 재개와 관련해 이란으로부터 '확인'을 받았다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위트코프 특사와 쿠슈너 등이 파키스탄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은 위트코프 특사와 쿠슈너를 파키스탄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은 협상단의 파키스탄 방문에 대해 "긍정적 진전을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이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협상 진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이와 다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이란과 미국의 회담은 계획돼 있지 있다"며 종전 협상 회동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 고위 지도자들과 회담하고자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한 것"이라며 "이는 미국 주도의 전쟁을 종식하고 지역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파키스탄의 지속적인 노력에 협력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다만 바가이 대변인은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이란의 입장은 파키스탄 측에 전달될 것"이라고 전했다. 직접 회담은 부인했지만, 제3국을 통한 간접 소통 가능성은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협상 주도권을 둘러싼 기싸움은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미 재무부와 국무부는 이날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는 중국의 정유 대기업 헝리그룹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따르면 헝리그룹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산(産) 석유를 구매하는 '최대 고객' 중 하나다.
특히 미국의 제재를 피해 이란산 석유를 운반하는 '그림자 선단'을 운영하는 약 40개 해운사·선박들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 재무부는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재산상 이익을 차단하기로 했다. 이 외에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추측되는 3억4400만달러(약 500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도 동결했다. 석유 수출을 차단하고 가상화폐 계좌를 동결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동시에, 협상에서 미국 요구를 최대한 수용토록 압박하는 행보로 읽힌다.
한편 양국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교통은 여전히 마비된 상태다. 24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5척에 불과하다. 이란의 선박 나포와 미국의 해상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국의 군사적 긴장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