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이후 7주 차에 접어든 이란·레바논 전선이 전면 확전에서 관리 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 무모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압박·해상 봉쇄·협상 병행 전략이 결과적으로 국가 대 국가 외교 틀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바논에서는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아니라 조제프 아운 대통령이 직접 협상 전면에 서서 '영구적 합의'를 거론했다. 이란도 혁명수비대(IGRC) 대신 정식 외교 채널을 가동하며 강경 군사 라인 일변도에서 벗어났다.
19일(현지시각) 로이터와 AP, 블룸버그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재개되는 미·이란 2차 협상에 앞서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딜을 제안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란이 받지 않으면 미국이 이란 내 모든 발전소와 다리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협상단 파견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외교적 노력을 거두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 측에선 J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협상단에 포함됐다. 이란 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과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이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2주 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협상은 21시간 마라톤 회동 끝에 합의 없이 종료됐지만, 양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점 자체가 전쟁 초반과 확연히 달라진 흐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대이란 전략은 전쟁 초기 예측 불가능한 돌발 행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란을 협상장에 끌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초기 평가와 달리 군사 압박·해상 봉쇄·외교 협상을 연결한 중층적 출구 설계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 13일 이후 이란 항만에 대한 전면 봉쇄에 착수해 미 중부사령부(CENTCOM) 집계 기준 선박 23척을 회항 조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이 국제 수역에서 이란 연계 유조선을 직접 나포하는 작전까지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군사 압박과 해상 봉쇄가 이어진 결과 이란은 국제 유가 급등과 경제 제재 누적 부담을 동시에 떠안았다. 상대가 전장을 더 확대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손실 구조를 설계해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방식이다.
레바논 전선은 더 극적으로 변했다. 그동안 레바논은 정통성을 인정 받은 선출 행정부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7일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헤즈볼라 소속 의원들 반발 속에서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과 맺은 10일짜리 휴전을 "영구적 합의"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레바논 전선이 비국가 무장세력이 주도하는 구조에서 국가 지도부가 협상을 총괄하는 구조로 이동했다는 점이 확인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18일 레바논 남부 간두리예에서 프랑스군 하사 플로리앙 몽토리오가 매복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돌발 사태가 발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헤즈볼라를 배후로 지목했다. 과거 같으면 즉각 휴전이 깨질 만한 사안이었지만, 레바논 정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하며 휴전 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헤즈볼라가 아닌 정부가 주도하는 외교 채널 내부에서 중요 사안을 처리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란 내부 역학 관계 역시 혁명수비대가 주도하는 강경 군사 라인 일변도에서 벗어나 외교 병행형으로 재조정되고 있다. 17일 아락치 외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선언하자, 시장은 이를 이란 정부가 확전에 선을 그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날 국제 유가는 10% 넘게 하락했다. 바로 다음날이었던 18일 이란 합동군사령부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이전 상태로 복귀했다"고 발표하며 상선 3척에 발포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이는 미국 봉쇄 해제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지렛대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역시 미국 봉쇄를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면서도 협상 결렬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파키스탄 중재 아래 2차 협상 참석 의사를 재확인했다. 실권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던 이란 행정·외교 라인이 다시 협상 전면에 복귀했다는 점, 강경 군사 라인이 외교 라인과 병존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 역시 전면전 동력이 약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