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동으로 향하던 농산물 수출길이 막히고, 디젤과 비료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생산·유통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윈터스 인근 토마토 농장. /로이터

프랑스 일간 르 몽드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밸리 얼리마트에 위치한 대형 농장 '세쿼이아 넛 컴퍼니'는 현재 사실상 가동을 멈춘 상태다. 르 몽드는 "공장 노동자들은 무기한 휴직에 들어갔고, 출하를 앞둔 피스타치오와 건포도는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다"면서 "이 농장에서만 트럭 15대 분량의 피스타치오가 출하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다"고 전했다.

농장 공동 경영자인 비크람 훈달은 "라마단 성수기를 앞두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제벨알리 항으로 컨테이너 20개를 보냈지만, 전쟁으로 해상 운송이 중단됐다"며 "결국 화물을 호르무즈 해협 이전의 푸자이라 항에 내린 뒤 육로로 옮기는 우회로를 택했는데, 컨테이너당 1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미국 호두 생산자 협회에 따르면 전쟁 발발 당시 약 7만톤에 달하는 물량이 중동으로 향하거나 운송 중이었다. 캘리포니아 연간 생산량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일부 화물은 터키 등으로 우회됐고, 일부는 남아시아 등 수요가 낮은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가격 하락 압력도 커지고 있다.

가격 하락과 함께 현금 흐름 악화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로버트 벌룹 호두 생산자 협회장은 "현재 전망으로는 파운드당 가격이 5~10센트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1~2월에 팔리지 않은 물량은 이후에 보상되지 않는데, 납품이 지연되면 대금도 들어오지 않아 농가의 자금 사정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라고 했다.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디젤 가격은 갤런당 8달러를 넘어섰고, 비료 가격도 급등했다. 농기계와 관개 설비 대부분이 디젤에 의존하는 만큼 생산비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캘리포니아 스톡턴 항 관계자는 "물리적인 공급 부족은 없지만 가격이 급등한 것이 문제"라며 "농민들은 생산을 줄일 수 없어 비용 상승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갈등에 이은 또 다른 악재로 평가된다. 르 몽드는 미국 농가들은 중국 수출 감소와 인도 고관세 등으로 이미 판로가 좁아진 상황에서 전쟁까지 겹치며 삼중고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