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분쟁에서 '중재국' 역할을 해온 걸프 국가 카타르가 이란 전쟁으로 안보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번 전쟁으로 기업 활동에 안전한 국가라는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1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가스 부국인 걸프 국가 카타르는 전쟁으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전략적 충격' 상태에 빠졌다"며 "주요 동맹국과 이웃 국가 사이에 낀 걸프 국가들이 안보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카타르는 최근 수년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이란과의 관계 회복에 상당한 정치적 자본을 투자해왔다. 이는 이란의 위협을 억제하고 적대적인 관계를 완화하는 것이 국가 안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 기지가 있는 카타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700회 이상의 이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카타르는 전 세계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는 천연가스 생산을 중단해야 했고, 도하를 거점으로 전 세계를 오가던 카타르항공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등 관광 산업도 위축됐다.
특히 이란의 공격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LNG 생산 허브 라스라판은 복구에 최대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카타르 정부 수입의 약 37%에 해당하는 연간 약 200억 달러(약 3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 사드 알카비는 "이 사건은 지역 전체를 10~20년 후퇴시켰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자국의 수도 도하를 비즈니스 허브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여온 카타르의 이미지까지 무너졌다는 점이다. 카타르는 지난해 6월 미군 기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란의 공격을 받은 데 이어 또다시 공습 대상이 되면서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위상에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국가 안보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에 의존해 온 점도 이번 전쟁에서 카타르를 보호하지 못했다. 카타르 정부는 최근 몇 년간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려 했으며, 보잉 747 항공기를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카타르 방문 당시에는 최소 1조2000억 달러(약 1771조원) 규모의 경제 협력 협정도 체결됐다.
카타르 국제정책연구센터 부소장 라시드 알모하나디는 이번 전쟁으로 카타르와 주변국들이 "전략적 충격" 상태에 빠졌다며 "(이들은) 이란과의 전쟁 같은 중대한 행동은 최소한 걸프 국가들과의 협의 하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카타르가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멀리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걸프 국가들이 미국의 안보 보호를 대체할 현실적인 대안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그들은 의존적이며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카타르 위상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있다. 골드만삭스의 중동 담당 경제학자 파룩 수사는 "다행히도 카타르는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신뢰가 완전히 사라지고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과장일 수 있다. 전후 지역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