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휴전 후속 협상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각)에도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대레바논 공격 자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스라엘은 공습을 멈추지 않았다. 휴전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도 레바논 전선이 흔들리면서 미국의 중재 구상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레바논 국영통신 NNA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 데이르 카눈 라스 알아인을 공습해 구급차와 소방차 여러 대를 파괴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구호 차량을 무기 수송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레바논 남부 알타이리와 동부 베카 지역 사흐마르도 이날 폭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인명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헤즈볼라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아슈도드 해군기지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격과 일방적인 휴전 합의 위반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서로 상대의 합의 위반을 내세우며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충돌은 미국이 이란과의 휴전 국면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확전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일정 수준 통제하려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재무장 차단을 우선시하며 공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 이스라엘 안보, 레바논 안정이라는 세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헤즈볼라 무장해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다음 주 미국에서 직접 회담을 열 예정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나임 카셈 헤즈볼라 사무총장은 레바논 정부를 향해 이스라엘에 일방적으로 양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레바논 내부에서도 휴전이 먼저인지, 무장해제 논의가 먼저인지에 대한 시각차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정부는 우선 교전 중단과 민간인 피해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국경지대의 장기적 안전 보장을 위해 헤즈볼라의 군사력 약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인식 차이 탓에 미국이 중재에 나서더라도 단기간 내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미·이란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레바논 전선이 별도 화약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휴전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공습과 보복 공격이 이어지면서, 중동 긴장 완화의 첫 시험대는 오히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