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둘러싼 미국 민주당 내부의 노선 갈등이 2028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핵심 정책 쟁점으로 부상했다. AI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실용 노선과 노동·환경 피해를 우려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진보 노선이 당 안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22일(현지 시각) 악시오스에 따르면 민주당 내 실용 성향 인사들은 AI 산업이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지사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지사 등 경합주 주지사들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프로젝트 유치를 통해 일자리와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주력했다. 샤피로 주지사는 AI 산업을 통해 중국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고, 휘트머 주지사는 오픈AI의 대형 프로젝트가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접근은 일부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았다. 건설업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노조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됐다. 미국 최대 건설 노동조합 중 하나인 북미노동자국제연합은 데이터센터 건설이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노조 참여와 지역 에너지 공급 확대를 전제로 한 책임 있는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 성향 민주당 의원들은 AI 산업의 무분별한 확장이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과 캘리포니아의 로 칸나 하원의원은 강력한 규제와 새로운 입법 조치를 촉구했다.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은 규제 없이 AI를 확산시키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은 AI가 수백만 명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가 전력 요금 인상과 환경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은 AI 챗봇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규제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공중 보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입장 차가 드러났다. 건설노조와 달리 트럭운전사 노조 팀스터스는 자율주행 트럭에 강하게 반대하며 모든 차량에 인간 운전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요구는 존 페터먼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당 지도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이번 논쟁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AI 정책에 대한 평가와도 맞물렸다. 백악관은 기술 경쟁력과 민간 투자를 중시하며 규제보다는 가이드라인 중심 접근을 택했지만, 당내에서는 이 과정에서 기업에 과도한 재량을 부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과 지역 환경 부담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 전략 차원의 계산도 복잡해졌다. 실용 노선은 경합주에서 일자리와 성장 메시지를 앞세울 수 있는 반면, 진보 노선은 노동 보호와 공공 안전을 중시하는 핵심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AI를 성장 전략으로 삼을지 규제 우선 정책으로 갈지에 따라 2028년 대선의 경제·노동 공약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