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핀란드로부터 쇄빙선 11척을 구입하기로 했다. 이중 4척은 핀란드에서, 7척은 미국에서 각각 건조되며 1차 인도분은 2028년 미국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9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쇄빙선 구매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은 군함의 해외 건조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번스-톨레프슨법'을 두고 있으나, 국가 안보를 이유로 대통령이 의회에 통보하면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
이번 MOU에 따르면 핀란드 조선소들은 우선 4척의 쇄빙선을 건조,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미국에 인도할 예정이다. 나머지 7척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되며, 핀란드의 기술 지원을 받아 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3척은 텍사스주 갤버스턴의 데이비 조선소, 4척은 루이지애나주 후마의 볼린저 조선조에서 건조된다는 것이 백악관 관계자 측 설명이다.
핀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 쇄빙선 건조 기술에서 압도적 선두를 점하고 있는 나라로 평가된다. CNN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쇄빙선 중 약 60%가 핀란드에서 건조되며, 80%는 핀란드 기업에 의해 설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캐나다와도 신규 쇄빙선 선체 제작 계약을 체결한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북극항로를 선점하려는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하면서 쇄빙선 확보에 힘쓰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쇄빙선 함대를 운용하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쇄빙선 47척을 보유 중이며, 현재도 15척이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중국과 스웨덴 또한 경쟁에 가세 중인 가운데, 미국이 운용 중인 쇄빙선은 3척에 불과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쇄빙선을 만드는 데 있어 핀란드는 세계 최고"라며 "미국과 핀란드가 함께라면 누구도 북극에서 우리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도 "미국이 40척의 쇄빙선을 보유해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집권 2기 들어 북극 안보를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내세워 왔다.
북극을 통과하는 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경로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접근성이 대폭 향상됐으며, 종전 항로에 비해 운항 거리가 대폭 줄어 경제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와 호르무즈 해협 등 기존 항로에 비해 지정학적 위험이 비교적 낮다는 점과 대만 해협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또한 북극항로의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한편, 두 정상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유럽 방위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 전쟁을 '터무니없는 전쟁(ridiculous war)'이라고 표현하며 조속한 종전을 촉구하는 한편, 나토의 새 방위비 목표를 따르지 않은 스페인에 대해 "나토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압박으로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6월 2035년까지 각국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 선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우리의 복지국가 이념과 세계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