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22일(현지시각) 볼턴 전 보좌관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트럼프 대통령 '정치 보복'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비판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사법 권력을 동원했다는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FBI는 이날 오전 7시(현지 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볼턴 자택을 불시에 압수 수색하면서 그 이유로 4년 전 기각됐던 볼턴 회고록 기밀 유출 혐의를 다시 꺼내 들었다. 수사를 지휘한 캐시 파텔 FBI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 충성파로 꼽힌다. 그는 수사 당일 소셜미디어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비판 사설을 냈다. 주요 매체들은 이번 압수수색을 정치 보복 캠페인의 정점으로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복수 캠페인이 불길한 방향으로 전환됐다"며 "보복 차원 외에 다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를 정적 공격의 '무기'로 삼는 것은 상호 보복의 악순환을 촉발한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비판자들을 향한 보복 캠페인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압수수색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향해 연일 비난을 쏟아낸 사실도 드러났다. 볼턴이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푸틴 알래스카 회담을 두고 "푸틴이 이미 이겼다"고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해고된 패배자", "멍청이"라고 맞받았다. 한 측근은 WP에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비판에 짜증을 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17개월간 일한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대표적인 외교안보 분야 강경파인 그는 이란 핵 합의(JCPOA) 파기 등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북한,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주요 현안에서 매파(warhawk)다운 강경 일변도 해법을 고수했다. 이 때문에 온건한 비둘기파 성향 참모들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도 잦은 마찰을 빚었다.
특히 북한 비핵화 해법을 두고 갈등이 깊었다. 볼턴은 북한이 핵무기를 먼저 포기하면 경제 제재를 풀어주는 '리비아 모델'을 주장했다. 이는 북한 체제 붕괴를 연상시켜 북한의 거센 반발을 샀다. 북미 관계 개선을 꾀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두 사람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9월 볼턴을 경질했다.
백악관을 나온 볼턴은 '트럼프 저격수'로 변신했다. 2020년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을 출간해 트럼프 대통령 외교 정책을 '재선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하며 국정 난맥상을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국가 기밀을 유출했다며 책 출간을 막으려 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보복'은 현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볼턴을 포함한 전직 관리 수십 명의 비밀취급인가를 취소했다. 이란 암살 위협 때문에 제공되던 정부 경호도 중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