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호감을 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 당선인과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인사들조차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인 테드 사란도스를 포함해 할리우드, 실리콘밸리, 월스트리트의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그와 관계를 다지려 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진 사란도스 넷플릭스 CEO는 지난 화요일 마러라고를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 그는 수년간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로 활동해 왔으나, 이번에는 새롭게 시작될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움직였다. 사란도스는 트럼프 당선인과 만난 또 한 명의 기업계 수장으로 기록됐다.
FT는 "최근 며칠 동안 이런 만남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자금을 지원했던 공화당 기부자들뿐 아니라 그와 정치적으로 거리가 있었던 인사들까지 포함한 폭넓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마러라고에서는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와의 회동도 예정돼 있었다. 또한, 틱톡의 CEO 쇼우즈 츄는 지난 월요일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틱톡 금지 조치에 대한 논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트럼프 측이 이러한 만남을 '트럼프와 그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의 표시'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고위 고문 제이슨 밀러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을 통해 CEO들이 차기 행정부와 협력할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면서 "국내외 많은 CEO가 앞으로도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은행 CEO를 보좌하는 한 고위 고문은 "모두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순례를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은 특히 재계에 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와 거리를 두었던 일부 기업들이 다시 그와 대화를 시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플의 팀 쿡,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등 빅테크 CEO들은 더 유연한 규제 환경을 기대하며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CEO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반독점 및 증세 정책을 철회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첫 임기 동안 시행한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이 기업에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했던 경험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로비스트는 "좌파 성향의 창의적 CEO들이 트럼프를 대면하기 위해 체면을 내려놓고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하지만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 투표에서 승리한 점도 CEO들이 그에게 접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은 힐러리 클린턴에게 대중 투표에서 패배했지만, 이번에는 승리하며 대중적 지지 기반을 크게 강화했다. 기업계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트럼프와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