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이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중국을 방문 중인 국회 한중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한중의원연맹 대표단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시 주석의 한국 방문과 관련해 ‘APEC 정상회의가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왼쪽) 의원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이 면담하고 있다./베이징 특파원 공동취재단

시 주석은 2014년 7월 박근혜 정부 시절 마지막으로 방한한 이후 10년간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중인 2017년 12월과 2019년 12월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음에도 시 주석은 답방하지 않았다.

한국 외교가는 이번엔 시 주석이 한국을 찾을 차례라고 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아시안게임이 열린 중국 항저우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났을 때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의 고위급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중일 정상회담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참석했지만, APEC 정상회의는 시 주석이 직접 챙긴다는 점도 방한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면했었다.

다만 한미일 동맹 강화로 한중 관계가 여전히 경색돼 있어 시 주석의 방한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