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음모론자’ 로라 루머(Laura Loomer·31).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토론에서 “이민자들이 주민들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는 허무맹랑한 발언을 한 배경으로 미국 CNN 방송이 꼽은 인물이다.

로라 루머가 대선 후보의 TV토론이 열린 10일(현지 시각) 필라델피아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도착하던 모습. / AP 연합뉴스

CNN은 12일 “트럼프에 대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 로라 루머”라며 “로라 루머는 트럼프의 개인번호를 알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역시 “자칭 백인 우월주의자인 루머가 ‘아이티인들이 반려견과 고양이를 먹는다’는 트럼프가 편 주장의 출처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10일 토론에서 이민 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답변하는 대신 불법 이민자 문제를 강조하기 위해 스프링필드 등 일부 지역을 꼽으면서 “이민자들이 거기 사는 주민들의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했다. 이때 해리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손을 모으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사회자도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TV에서 사람들이 나와 ‘내 개가 잡혀가서 음식으로 쓰였다’고 말하는 걸 봤다”고 재차 주장했다.

영국 BBC 방송은 TV토론 전날인 9일에도 루머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먹는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루머의 팔로워는 120만 명에 달한다.

루머는 1993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태어났으며 9·11 테러가 미국 정부의 내부 소행이라는 등의 음모론과 반(反)이슬람을 설파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리면서 정계에 줄을 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머는 극우단체인 ‘프로젝트 베리타스’ 등에서 활동했다. BBC에 따르면 루머는 최근 들어 ‘해리스가 흑인이 아니다’라는 음모론을 퍼트렸다. 루머가 거짓 선동을 하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퇴출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영향력만은 상당하다. 외신에 따르면 루머는 TV토론이 열린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 트럼프의 전용기를 타고 함께 이동했다. 토론 다음 날인 11일 열린 9·11 테러 추모식에도 트럼프와 함께 참석했다. CNN은 “트럼프는 오랫동안 음모론을 수용해 왔고, 특히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음모론을 퍼뜨리는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연합했다”며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트럼프는 자신이 이겼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측근 일부는 트럼프가 음모론을 신봉하는 것에 경계심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 측근 일부는 토론 후 이민자에 대한 음모론을 말한 것이 대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면서도 “일부는 이민자가 개를 먹는다는 이야기가 미국 내 이민자 범죄를 주목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가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를 먹는다’고 발언한 이후 파장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언급한 스프링필드에서는 폭탄 테러 위협이 이어졌고, 백악관은 12일 트럼프의 발언이 주민의 삶을 위험에 빠뜨리는 ‘혐오 발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