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으나, 초박빙의 접전이 펼쳐지고 있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부 시각으로 10일 오후 9시(한국 시각 11일 오전 10시)에 가질 첫 TV토론은 이번 대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TV토론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ABC방송 주관으로 90분 동안 진행된다.

상대적으로 트럼프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TV방송에 종종 출연했고 세 차례 대선에 도전하면서 트럼프가 어떤 토론 스타일을 보여주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리스의 토론 스타일을 아는 이들은 적다. 해리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고 후보들과 토론을 펼쳤지만,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 AFP 연합뉴스

이번 토론은 트럼프보다 해리스에게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대와 지난 3~6일 유권자 169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8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미국 유권자 상당수가 해리스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유권자의 28%는 ‘해리스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트럼프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사람(9%)보다 3배 이상 많다. CNN은 9일 “세상은 트럼프가 자유롭고 모욕적이며 극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토론가라는 것을 알지만, 해리스의 토론 스타일은 잘 모른다”며 “트럼프와 맞붙을 기회가 주어진 해리스의 지지율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여지가 더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해리스는 자신과 트럼프를 ‘검사 대 범죄자’ 프레임으로 보이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자신을 트럼프와 극명하게 대조하면 지지율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CNN은 “민주당은 이번 대선 캠페인이 해리스 전 검사와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 트럼프의 대결로 규정하려 했다”며 “해리스는 TV토론에서 강경한 검사라는 평판에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트럼프는 해리스를 상대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책 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미국인은 변화에 갈증이 난 상황이다. 해리스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얼마나 수용할지, 거리를 둘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는 지금까지 대선에 출마했던 전직 부통령이 직면한 난제이기도 하다. NYT가 시에나 칼리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1%는 다음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변화를 대표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해리스가 그 변화를 대표한다고 답한 사람은 2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대표한다고 답한 사람은 53%에 달했다.

NYT는 “해리스는 트럼프와의 토론을 통해 미국인이 혼란과 적대감이 가득하게 보낸 지난 10년을 마무리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현직 부통령인 해리스가 ‘현상 유지’를 할 후보로 묘사하리라는 것도 NYT의 전망이다. 민주당 정치평론가인 바카리 셀러스는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업적을 칭찬할 수 있지만 아직 과업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도 있다”며 “미국 국민에게 공감과 이해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미국 경제가 팬데믹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었고, 유권자는 생활비 상승에 압박받았다. 이에 해리스의 취약점 중 하나로는 경제가 꼽힌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경제 분야에서 해리스보다 13%포인트 우위다.

한편, NYT가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지지율은 48%로 해리스(47%)를 1%포인트(P) 차로 앞서고 있다. 오차범위는 ±2.8%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