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고령화라는 문제와 싸우고 있다. 경제와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점점 더 길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질병과 싸워야 한다. 병원이나 간병 시설이 아닌 집에서 노년기를 보내고 싶다는 것이 대다수의 희망 사항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양 시설 이용 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집에서 노년을 보내는 쪽이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일 1만1000명 이상이 65세가 되고 있다. 65세라는 나이는 정년으로 은퇴하는 시기다. 사실상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렵고 비용만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65세에 들어서는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는 특히나 다른 세대보다 인구가 많은데, WSJ가 인용한 AARP(미국 은퇴자 협회) 조사에 따르면 이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한 50세 이상의 미국인의 77%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가능한 한 오래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근무 중인 영국의 한 가정 간병인./연합뉴스

하지만 WSJ는 현실적으로 노년기를 집에서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분석했다. 언제 아프거나 쓰러질 지 모르는 노년기의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는 배우자나 성인이 되어 사회에서 활동 중인 자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보스턴 대학의 은퇴연구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4분의 1은 결국 3년 이상 상당한 간병 지원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센터의 수석 연구학자인 안치 첸은 “어떤 사람이 수 년 간 24시간 내내 돌봄이 필요하다면, 보통 그의 가족이 그 절반을 담당하게 되는데, (보살핌을 받는 노인이) 평범한 일상을 계속하도록 할 경우, 돌봄 노동이 큰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년 새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는 가정에서 받는 간병 비용이 급증했다. 장기요양보험 회사인 젠워스에 따르면 기관을 통해 고용된 간병보조인의 지난해 전국 중간시급은 33달러(약 4만4000원). 8년 전인 2015년 간병보조인들의 시급은 20달러(약 2만6000원)에 불과했다. 이를 기반으로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사람이 본인의 집에서 1년간 들어갈 비용을 추산하면 약 29만달러(약 3억8700만원)에 달하는데, 전문 요양 시설 개인실 연간 비용의 두 배 이상이며 다른 일반 보조 생활시설 개인실의 네 배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비용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 보스턴 대학 연구센터에 따르면 은퇴한 사람들의 약 3분의 1은 1년 치 최소한의 요양비조차 없다. 또한 미국에서 정책적으로 일부 재택 요양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장기 요양보험에 가입한 65세 이상 성인은 약 10%, 열명 중 한명에 불과하다. 연구관계자는 “이제 상속 재산이라는 개념은, 자신의 자녀에게 남겨줄 돈이 아니라 스스로의 장기 요양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재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높은 소득을 주더라도 간병인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간병인의 대부분이 자신이 보살펴야하는 노년들의 신체적 또는 정서적 요구 때문에 쉽게 간병일을 그만둔다. 그러나 최근 간병인에 대한 수요는 굉장히 높다. 특히 여러 가족들이 외부와 소통이 차단되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를 방문할 수 없게 되면서 장기 요양시설에 대해 부정적인 경험을 했고 이후 요양시설에 대한 호감도도 굉장히 낮은 상황이다.

간병사들이 서울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 측에 간병협약 원상복구, 무료 간병소개소 운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뉴스1

또한 노년을 돌보는 가족들이 재정적으로 간병인을 부담할 돈이 있거나 근무를 하지 않고 간병에 전담한다고 해도, 가족들이 마음을 놓고 지내는 것은 쉽지 않다. AARP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족을 간병하는 이들 10명 중 4명은 일상 생활에서 전혀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다. 특히나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알츠하이머의 경우 신체적, 재정적, 정서적으로 가장 힘든 간병이다. 전문 간병인을 쓰더라도 다른 가족들이 아픈 가족에 대해 신경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AARP는 2020년 기준 가족 간병인들의 3분의 1 이상이 5년 이상 간병은 제공해왔는데, 이는 2015년 4분의 1에서 대폭 상승한 수치다. 조사 기관은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고령에 진입하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 수치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간병인 부족과 돌봄 수요 급증은 다른 나라의 일만은 아니다. 한국은 내년에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돌봄 서비스의 노동 공급은 수요의 3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WSJ는 재택 요양비 제공 등 늘어나는 노년층에 대한 정책 확충을 지적하며 “사람들이 나이들고 병이 들더라도 가정에서 생활을 이어나가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에게 더 큰 독립심을 주고 친숙한 주변환경과 커뮤니티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