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2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여러가지 쟁점에서 맞부딪히고 있다. 정치부터 경제, 환경까지 두 후보는 치열하게 맞붙고 미국 전역에서 전방위적 캠페인에 돌입했다.

그 중에서는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주목도도 상당히 높다.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을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찍이 공약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를 규탄하며 이를 완화하기로 약속했다. 최근에는 해리스 부통령 조차 일부 표심을 얻기 위해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을 내보이는 가운데,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트럼프 일가 전체가 암호화폐 사랑을 내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성조기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 통신

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호화폐 지지 행보가 한층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이 암호화폐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분석했다.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그의 아들들의 암호화폐 사업이다. 최근 몇 주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들들은 금융업계에서 은행 등의 매개를 없애 비용을 낮추고 직접 거래를 활성화하는 탈중앙화 금융 프로젝트, 디파이(De-Fi) 프로젝트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을 홍보해왔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당초 ‘더 디파이언트 원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으며 현재 프로젝트의 구성은 불분명한 상태다. 다만 웹사이트에는 ‘사용자들에게 안전하고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암호화폐 투자를 위한 최고의 도구와 연결하는 최첨단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이용해 선거 자금 모금에 나서고 있다. 이미 2022년부터 NFT를 판매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자신의 네번째 NFT를 내놓았다. ‘아메리카 퍼스트 컬렉션’이라는 이름의 카드 형태로 된 이번 NFT는 한장 당 99달러(약 13만원)로, 슈퍼 히어로 모습의 트럼프, 금빛 운동화를 신은 트럼프 등 50가지의 종류가 있고, 여러 장을 구매할 때마다 특별한 선물까지 제공하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도 빠질 수 없다. 멜라니아 여사는 여러개의 NFT 컬렉션을 내놓았으며 솔라나 블록체인에서는 매칭 NFT가 있는 어머니날 목결이를 발표해 판매하기도 했다. ‘그녀의 사랑과 감사’라는 이름의 이 목걸이는 이름과 이니셜, 기념일을 새겨 넣은 도금 목걸이 겸 NFT로, 245달러(약 33만원)에 판매됐다.

암호화폐 행사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로이터

이렇듯 트럼프 일가족이 모두 나서서 암호화폐를 옹호하거나 활용하고 나서면서 암호화폐 업계는 대선의 중요 이슈로 부상했다. 글로벌 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비트코인은 여내 15만달러(약 2억원)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제프리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 가상자산 분석가는 “과거 2016년과 2020년 비트코인 반감기 패턴을 보면 미국 대선 이후 비트코인이 크게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며 “두 번의 반감기 모두 미 대선 1년 후 사이클 최고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의 업계 친화적인 행보에도 모든 암호화폐 업계 종사자들이나 투자자들이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는 13일 미국 암호화폐 업계 투자자와 일부 관계자들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기금 모금 행사를 개최한다. 목표 금액은 최소 10만달러로 해당 행사의 주최자로는 로펌 윌머헤일의 블록체인 & 암호자산 워킹그룹 공동 의장인 티파니 스미스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새로운 암호화폐 옹호단체 ‘Crypto4Harris(해리스를 위한 호화폐)’도 기금 모금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일가가 엮여있는 암호화폐 이슈가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 토큰으로 알려진 솔라나 기반 암호화폐 DJT토큰은 한 거물 투자자로 인해 갑작스럽게 90%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55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이에 개발자 마틴 슈크렐리는 DJT토큰의 가격 하락에 그의아들인 배런 트럼프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며 “트럼프 공식 토큰이라고 해서 제작을 도왔지만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그(배런)에게 물어봐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