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가 오래된 물건들에 꽂혔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특징이 있지만, 오히려 이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아날로그식으로 작동하는, 흔히 카세트 테이프라고 불리는 바이닐(Vinyl) 레코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Z세대 사이에서는 최근 카세트 테이프를 가지고 다니는 유행이 생겼다. 이들은 중고사이트에서 소니 워크맨이나 등의 카세트 플레이어를 구매하는데, 막상 구매한 뒤에는 작동 방법을 몰라 재생하는 방법을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있다. 스포티파이(Spotify)를 비롯한 각종 음원스트리밍 사이트가 활성화 된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소니 워크맨이 최첨단 기술이던 1980년대와 90년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는 신기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자신의 발명품인 카세트 테이프를 든 생전의 루이스 오텐스./트위터 캡처

10대와 20대 초반에게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카세트 테이프를 재생하는 방법’이라는 영상이 3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최근 나오는 디지털 기기들 대비 음질도 그렇게 좋지 않다. 하지만 Z세대들은 떨어지는 음질과 불편함을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그리운 소리’라고 표현한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또한 젊은 세대가 그들의 부모세대에게 이같은 카세트 테이프의 사용방식을 물어보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의 어렸을 적 얘기도 들려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WSJ에게 상황을 설명한 한 Z세대 딸을 둔 40대 여성 몰리 클라크는 자신의 ‘(카세트) 전문 지식’이 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설명했다. 그녀는 “테이프의 필름이 빠져나왔을 때 딸에게 손가락이나 연필을 사용해 되감는 방법을 보여줬다”며 “어린 시절 이 물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카세트에 빠진 팬들은 가수들의 일반 앨범보다 카세트 플레이어가 휴대하기 쉽고, 비용도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최근 발매된 찰리XCX의 앨범은 28달러인데, 카세트 테이프 버전은 절반 정도인 15달러다. 또한 비행기 등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카세트 테이프는 편하게 노래를 들을 수 있고, 핸드폰을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있고 배터리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때 많은 이들이 사용하던 카세트 테이프는 CD가 인기를 끌고 이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1990년대 자취를 감췄다. 카세트를 발명했던 네덜란드 엔지니어 루이스 오텐스 조차도 이러한 변화를 당연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서도 팬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과거 음악을 다시 듣고 나쁜 음질로부터 향수를 느끼기도 했다. 2022년 기준 카세트 테이프는 1987년 이후 처음으로 CD의 판매량을 앞지르고 있으며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WSJ가 인용한 데이터 추적사이트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43만개가 넘는 카세트 테이프가 판매됐는데, 이는 약 10년 전에 판매되던 수량의 5배에 이른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카세트 상위 10개 중에는 카세트 테이프를 재생하는 워크맨이 매장에 출시하던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테일러 스위프트의 앨범 중 두 곡, ‘1989′와 ‘스피크 나우(Speak Now)’의 재녹음 버전이 담겨 있다.

또한 지난해 상영된 영화 ‘바비’의 사운드트랙, 29세 인디 록커 피비 브리저스의 노래 등 최신 가요들이 카세트 테이프에 담겨 나오고 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Z세대가 카세트 테이프와 플레이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올해는 더 많은 스타들이 카세트 테이프에 담은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이 이미 카세트 형태의 앨범을 냈으며 올해는 찰리XCX, 두아 리파, 아리아나 그란데가 모두 새 앨범을 테이프로 발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