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일본 규슈 남부 미야자키현 히나타나다(日向灘)에서 규모 7.1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진앙지는 미야자키시 동남동쪽 30㎞ 해역으로, 진앙의 깊이는 30㎞다. 강력한 지진으로 일본 기상청은 규슈 미야자키현·오이타현·가고시마현과 시코쿠 고치현·에히메현 등지에 쓰나미(지진해일) 주의보를 발령했으나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일본 열도에서는 대지진에 대한 우려가 시작됐다. 약 100년에 한번 주기로 찾아온다는 ‘난카이 트로프(해곡) 대지진’이 임박했으며 이미 주기를 넘어선 상황이라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 최근엔 엔화가 낮은 시세를 형성하면서 국내에서는 엔화를 환전해 일본행 티켓을 끊어놓고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진 때문에 이들 사이에서 여행을 강행해야할 지 여부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후지산이 보이는 일본 도쿄 시내 중심가 풍경. 사진 블룸버그

◇사상 첫 ‘지진 임시 정보’에 일본 총리도 순방 취소...대지진 임박 가능성

최근 지진 이후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처음으로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를 발표했다. 이는 평상시와 비교해 거대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일본 기상청이 발표한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는 ‘거대 지진 경계’와 ‘거대 지진 주의’로 나뉜다. 이번에는 위험 수준이 낮을 때에 해당하는 ‘거대 지진 주의’가 발령됐다. 정보 발표 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중앙아시아 순방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지진 피해 상황과 복구 등 재해 대응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난카이 거대 지진 대비 태세 구축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부근에서 규모 6.8 이상 지진이 관측되면 평가 검토회를 통해 관련 조사를 종료하거나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를 발표한다. 일본 기상청은 8일 오후 5시30분부터 임시 정보를 내고 대지진 발생 가능성 관련 조사를 벌였는데, 조사 및 정보 발표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히라타 나오시 평가 검토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평소보다 발생할 가능성이 몇 배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난카이 해곡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는 지진이다. 난카이 해곡은 일본 일본 시즈오카현 쓰루가만에서 규슈 동쪽 태평양 연안 사이 깊이 4000m 해저에 위치한 해구로, 지구 지각의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접한 지점이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1853년 안세이 지진, 1944년 도난카이 지진(규모 7.9)과 1946년 쇼와 난카이 지진(규모 8.0) 등이 마지막이다. 이러한 규모의 대지진이 실제 발생하면 진원지는 한 곳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30시간이 넘는 시간 차를 두고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픽=정서희

◇도쿄는 안전하고 오사카는 위험?...“완전히 틀린 말”

소식 이후 일본을 찾으려던 국내 여행객 사이에서도 우려가 크다. 최근 몇개월간 일본 엔화가 원화 대비 매우 낮은 가격을 기록하면서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도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난카이 대지진 우려가 커지자, 일본 여행 관련 카페와 커뮤니티에서는 비행기 티켓 취소와 호텔 환불을 문의하는 글들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현지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야자키현 니치난시 기타고쵸의 한 온천 숙박업체는 8일 지진 발생 후 전통 명절인 오봉(8월15일) 기간을 중심으로 인터넷 예약 만으로 약 30건이 취소됐다. 와카야마현은 대지진 발생을 대비해 9일부터 해수욕장을 폐쇄하고 예정된 불꽃놀이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시인 오사카와 후쿠오카 등에 대해서는 “이번 미야자키현 진원지와 가깝고, 난카이 대지진 발생 시 위험할 수 있지 않냐”, “도쿄는 그나마 안전하지 않냐”는 등의 낭설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불확실한 이야기다. 도쿄도 앞바다는 난카이 해곡의 도카이 지역에 속하는데, 난카이 해곡을 구분하는 도카이, 도난카이, 난카이 지역 중 도카이 지역은 지진 발생이 가장 임박한 지역이다.

또한 난카이 해구 주변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나면 도쿄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진원이 400㎞ 떨어진 도쿄에서 진동을 느꼈을 정도”라며 “난카이 지역에서 그정도로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일본 열도의 모든 지역이 피해를 보게 되고, 만약 그런 규모의 지진이 도카이에서 발생한다면, 진원이 너무나 가깝기 때문에 내진 설계가 아무리 잘된 일본 건물이라도 피해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8일 전조성 지진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다음 지진이 1주일 내로 온다, 한 달 내로 온다 말할 수 없다. 응력이 굉장히 오랫동안 지질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몇 년 후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을 70∼80%로 보고 있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다시 발생할 경우 규슈 지역을 넘어 동일본과 서일본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매체들에 다르면 규모 8∼9에 달하는 지진이 일어나면 23만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오고 건물 209만 채가 피해 볼 것으로 분석된다. 해일 높이는 최대 30m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며 피해액은 최대 1410조엔(약 1경31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