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1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단독 기자회견을 열고 59분 동안 10명의 기자가 물은 19개 질문에 답했다. 이날 질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부터, 재선에 계속 도전할지 여부, 후보 사퇴론 등장 이후 선거 자금이 고갈되는 것에 집중됐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대선 후보 사퇴론을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사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내가 대통령으로 출마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난 그(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를 한 번 이겼고 또 이길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며 “끝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캠페인을 위해 갈 길이 멀기 때문에 계속 나아갈 뿐”이라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75주년 기념 정상회담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 로이터

바이든 대통령이 단독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8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TV토론 이후 인지력 저하 논란이 일면서, 대선 후보 사퇴론에 직면했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론을 정면 돌파하는 시도로 읽힌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난 지도자들이 자신의 직무 수행 적합성에 우려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해외 정상들이 트럼프가 재집권할 것을 우려했다며 자신이 재선에 성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의 지도자 중 어느 누구도 나에게 와서 ‘조, 출마하지 마’라고 한 적이 없다”며 “그들은 ‘이겨야 해, 이 사람(트럼프)이 나서면 안 돼, 재앙이 될 거야’고 말했다”며 트럼프가 ‘권위주의자들과 친밀함을 갖고 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TV 토론 참패 이후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일찍 잠을 잔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말한 것은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자정에 잠자리에 드는 것보다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이었다”며 “예를 들어 오후 9시에 모금 행사를 시작하는 대신 오후 8시에 시작하는 거다. 그러면 사람들은 오후 10시에 집에 갈 수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를 저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 일정은 매우 바쁘다”며 “트럼프는 어디에 있었을까? 트럼프는 골프 카트를 타고 다니며 공을 치기 전에 스코어 카드를 작성하고 있었을까? 그(트럼프)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지력 저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신경학적 검사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 “의사가 하라고 한다면” 검사를 받을 의사가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신경학적 검사를 받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나는 매일 훌륭한 의사들에 둘러싸여 있다”며 “그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신경학적 검사를 받겠다고) 약속한다”면서도 “그들이(의료진이) 내가 다시 신경학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지금은 아무도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나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한탄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무엇을 하든 아무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며 “나는 매일 나의 신경학적 능력, 내가 매일 내리는 결정에 대해 시험을 받는다”며 “나이가 지혜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기 검진에서 진행한 신경학적 검사를 받았고, 지금까지 세 번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 검사를 진행한 것은 지난 2월이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이름을 잘못 말하는 등 사소한 실수를 반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 초반, 카멀라 해리스의 출마 가능성을 묻는 말에 “그녀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트럼프 부통령을 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으로 잘못 말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가진 우크라이나 지원 협약 행사에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푸틴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가 바로 수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한 뒤 옆에 있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넘기면서 “이제 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싶습니다. 그는 용기와 결의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한 뒤 “신사·숙녀 여러분, 푸틴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말을 마치고 연단에서 물러서려다 즉각 실수를 알아차리고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그는 푸틴 대통령을 이길 것”이라며 “내가 푸틴을 이기는 데 너무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미국 언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사실상 후보 사퇴론을 시작한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거의 1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때로는 흔들리는 답변을 했지만, 외교 정책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었고, 2주 전 그의 정당 내에서 혼란을 야기했던 대선 토론의 최악의 순간을 반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CNN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라고 부르고 젤렌스키를 푸틴으로 부르는 등 실수를 했지만, 기자회견 시간 동안 러시아, 이스라엘, 경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답변을 내놓았고, 중국을 상대하는 방법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답변을 제공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