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의 명물로 40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옛 증권거래소 건물이 불에 탔다.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 무너지자, 덴마크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번 화재를 5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노트르담 성당 화재와 비교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발생한 화재로 옛 증권거래소 건물이 무너져 내리자, 시민들이 충격에 빠진 표정을 하고 있다. /로이터

1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날 코펜하겐 옛 증권거래소 건물이 화재로 인해 부분적으로 무너지면서 현지 주민들이 큰 슬픔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건물 첨탑이 훼손되면서 잔해 일부가 거리에 떨어졌다.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덴마크인들은 큰 상실감에 빠졌다. 트로엘스 룬트 폴센 덴마크 부총리는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화재는 덴마크에 ‘노트르담 순간’이라며 “우리 모두에게 많은 의미를 지닌 옛 증권거래소 화재 사진에 너무 슬프다”라고 했다. 트롤 룬드 폴센 덴마크 국방장관도 “불에 탄 건물은 우리에게 있어서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과 같은 의미여서 매우 슬프다”라고 말했다. 영국 BBC는 “도시의 상징물과 같았던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숨이 턱 막힌 듯한 모습이었다”라고 보도했다.

덴마크에 있어 해당 건물은 큰 의미가 있다. ‘뵈르젠’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1625년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코펜하겐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었다. 비짓 코펜하겐(visit Copenhagen) 웹사이트에 따르면, 당시 크리스티안 4세는 무역과 상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해당 건물 설립 명령을 내렸다. 특히 이번 화재로 무너진 용 꼬리 첨탑은 용이 탑을 감아올리는 독특한 문양으로 명물로 여겨졌었다. 현재 뵈르젠은 증권거래소가 건물을 이전한 후 덴마크 상공회의소 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발생한 화재로 옛 증권거래소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최근 이 건물은 건축 당시의 스타일을 되살리기 위해 복원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EPA

건물 안에는 유명 화가들의 여러 역사적 그림과 샹들리에 등 수백 점의 유물도 보관돼 있다. 이 중에는 19세기에 활동한 인상파 화가인 페더 세버린 크뢰이어의 대표작인 ‘코펜하겐 증권거래소’(From Copenhagen Stock Exchange)도 있다. 1895년에 그려진 이 그림은 길이만 4m로, 당시에 활동하던 주요 금융계 인사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NYT는 “덴마크 소방당국을 비롯해 건물 소유주인 덴마크 상공회의소 직원들은 건물 안에 비치된 문화재를 긴급히 밖으로 옮겼다”라고 전했다. 화재를 목격한 시민들도 곳곳에서 달려와 문화재 운반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야콥 엥겔슈미트 덴마크 문화부 장관은 “이 건물은 400년 가까이 덴마크의 역사를 대표해 왔다”면서 “세계에 남은 마지막 네덜란드 르네상스 형식의 건축물이었다”라고 말했다.

해당 건물은 건축 당시의 스타일을 되살리기 위해 복원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덴마크 당국이 화재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며칠이 걸릴 것으로 NYT는 추정했다. 이 건물은 지붕까지 대부분 나무로 지어져 있어 화재에 취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화재 초기에 긴급 출동해 큰 불길은 잡았지만, 밤샘 작업에도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