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자주포 /UPI=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조만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 주민에 전원 대피령을 내렸다.

AP 통신과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성명을 내고 “IDF는 가자시티내의 모든 민간인에게 스스로 안전과 보호를 위해 집에서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지도상에서 볼 때 와디 가자 이남 지역으로 이동하라”면서 “가자시티는 군사작전이 벌어질 구역이며, 앞으로 며칠 내에 가자시에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주민들은 군이 이를 허용하는 또다른 발표할 때 가자시티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이스라엘과의 국경에 설치된 펜스에 접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테러 조직은 이스라엘이란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으며, 가자시티는 군사작전이 벌어질 구역”이라며 “하마스 테러범들은 무고한 민간인이 거주하는 가자시티의 건물과 주택 아래 터널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며칠 안에 IDF는 가자시티에서 계속 크게 작전을 벌여나갈 것이고, 민간인에 해를 끼치는 걸 피하기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상전 ‘초읽기’… “유엔·병원도 대피 예외없다”

하마스를 궤멸시켜 더는 이스라엘 시민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공언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에 대비한 준비를 해왔는데, 이날 발표는 지상전이 실제로 임박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AP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은 진단했다.

다만, 이스라엘군 대변인 조너선 콘리커스 중령은 이번 성명과 관련해 진행한 라이브 스트림 방송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의 하마스에 속한 군사 목표물을 계속 공격할 수 있도록 그들(주민)에게 대피를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체 주민(230만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110만명에게 24시간 이내에 가자시티 등을 떠나 가자지구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전날 자정이 조금 안 된 시점에서 이런 통보를 전해 받았다면서 “만약 이 명령이 확정된 것이라면, 이미 비극적인 상황이 재앙으로 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를 철회해달라”며 “유엔은 매우 파괴적인 인도주의적 결과 없이는 이런 이동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유엔에 전달된 이스라엘의 대피 통보 대상은 가자지구 주민 뿐 아니라 현지에서 활동하는 유엔 직원, 유엔이 운영하는 가자지구내 학교와 보건소, 병원 등에 피난한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엔 당국자는 “이런건 전혀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면서 고위급 정치채널을 통해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확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앙 운영센터와 현지에 있는 국제 직원들을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 위기의 팔레스타인 주민들… ‘탈출구’ 이집트도 난민 수용 “No”

가자지구는 이미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했다. 1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식량과 연료 부족에 직면했고 부상자들이 몰려들면서 이들을 수용할 병상도 바닥난 상태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에 따른 연료 부족으로 지난 11일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며 주 전력이 끊겼다. 이스라엘은 이날도 무장 정파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이 풀려날 때까지 가자 지구에 물·전기·연료를 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공습을 시작한 이후 가자지구에 어떤 물품도 들여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가자지구 보건 체계가 붕괴하기 시작했다”며 집중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들을 수용한 병상이 없고, 병원 복도에까지 부상자를 배치했지만 부상자 수가 병원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자 지구에서 이집트로 통하는 관문 라파 일대가 폐허로 변해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이집트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자신들 땅에 남아있어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가자지구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통행로를 아직 열지 않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의료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가자지구 주민들과 관련해 “변함없이 자신의 땅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가자지구 구호품을 자국의 엘 아리시 공항으로 보내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했으나 난민 대량 유입을 우려해 가자지구 주민들의 입국은 막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면서도 자국 안보가 자신의 주요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집트가 이미 여러 국가에서 온 900만명을 수용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의 경우는 다르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주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명분을 없애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집트는 앞서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6시간 휴전을 제안하고 제한적 휴전 상태에서 라파 통행로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계획을 미국 등과 함께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