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Vin)그룹 산하의 전기차 제조기업 빈패스트(VinFast)의 시가총액이 테슬라와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세계 자동차 업체 3위로 올라섰다고 블룸버그 통신과 CNBC 등 주요 외신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023년 3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매장에서 빈패스트 전기 자동차가 첫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 주차 중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뉴욕증시 나스닥에 상장된 빈패스트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1912억 달러(약 252조7281억 원)에 달했다. 지난 주말 대비 20% 상승한 것.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25일 기준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시가총액은 1위인 테슬라가 약 7600억 달러, 2위인 토요타가 2700억 달러였다. 빈패스트는 1600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중국 비야디(BYD)는 900억 달러, 독일 폭스바겐은 700억 달러였다. 범위를 넓히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1110억 달러), 보잉(1370억 달러)의 시총도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특히 빈패스트 시총이 불과 10거래일 만에 2000억 달러에 근접한 것은 독보적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의 경우 시총 2000억달러를 돌파하는데 3600 거래일 이상이 걸렸다. 또 올해 글로벌 증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AI) 대표 관련주인 엔비디아의 경우 7700 거래일 이상이 걸렸다.

빈패스트는 지난달 15일 뉴욕증시에 상장해 주당 22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첫 거래일 종가는 37.06달러였다. 우회 상장 통로가 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블랙스페이드에퀴지션은 애초 빈패스트의 기업가치를 230억 달러(약 30조4175억원조원‧주당 10달러)로 평가했다. 시초가부터 평가 가치의 2배 이상을 인정받은 셈이다. 거래 첫날 시가총액은 이미 본고장 미국의 전통 강호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를 앞질렀다.

베트남 하이퐁에 있는 빈패스트 공장의 조업 모습.

빈패스트의 모기업인 빈그룹은 하노이에 본사를 둔 재벌 기업이다. 아파트와 리조트·쇼핑센터 등 부동산 개발로 시작해 ‘빈마트’로 유통업도 장악했다. 베트남 전역에 1000개가 넘는 수퍼마켓과 편의점, 30개가 넘는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빈그룹의 모체는 창업자 팜 니얏트 브엉(Pham Nhat Vuong) 회장이 1993년 우크라이나에서 창업한 ‘테크노컴’이라는 식품 회사다. 베트남식 라면을 판매해 큰돈을 번 그는 2009년 테크노컴을 네슬레에 1억5000만 달러에 매각하고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앞서 브엉 회장은 2017년 9월 93억달러를 투자해 빈패스트를 세웠다. 베트남 최대 부호인 브엉 회장의 포브스 추정 재산은 55억 달러(약 7조3450억원)다. 빈그룹의 자동차 사업부인 빈패스트는 호주와 독일, 미국에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공장은 하이퐁에 두고 있다.

빈패스트의 미국 사업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확산되는 전기차 붐에 힘입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기차 사업의 수익화는 초기 단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공장 건설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빈패스트는 현재까지 미국으로 약 2100대, 캐나다로 약 800대의 전기차를 수출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짓고 있는 1800에이커(약 728만4342㎡) 규모의 공장에선 연간 최대 15만대가 생산될 전망이다. 이 공장의 가동 예정 시점은 애초 목표보다 1년 늦어진 2025년이다. 빈패스트는 이 공장 건설에 4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유동 주식의 부족을 빈패스트 주가 급등의 원인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빈패스트 주식 중 약 99%는 베트남의 대기업 빈그룹을 포함한 3곳이 보유하고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적다. 이로 인해 소량의 거래만으로도 주가의 큰 변동이 발생하기 쉽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