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상류층이 아니어도 돈을 벌 수 있고, 어떤 종류의 일을 하든 한 시간 동안 일하고 일주일 동안 먹을 만큼 벌 수 있다.”

중국에서 심장병 전문의였던 왕(53)은 터키와 에콰도르를 거쳐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다. 그의 목표는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우버 운전기사가 된 다음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가 되기를 원한다.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 의사 왕처럼, 중국을 떠나 미국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예상과 달리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중국 당국이 언론과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미국 망명길에 오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리오 그란데 강을 건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한 중국 이민자들이 두꺼운 수풀에서 나오고 있다. / 로이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현지 시각) 미국 이민 당국 자료를 인용해 지난 4월, 멕시코 국경을 찾은 중국인 망명자는 약 3200명으로 집계되면서 최고치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 한 달 평균 2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급증했다. 5월과 6월에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최고 기록에 근접한 수준이다.

아리엘 루이즈 소토 이민정책연구소 정책 분석가는 “중국의 고르지 않은 경제 회복과 비자 취득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민자들이 육로 여행을 용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팬데믹 당시 여행 제한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는 등 합법적으로 중국인이 미국에 입국할 방법은 지난 몇 년 동안 많이 줄어들었다. 2019년에 관광 또는 사업 비자를 신청하려는 중국인의 18%가 미국 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2021년에는 비중이 79%로 급증했다. 이민정책연구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발 비(非)미국 시민에 대한 여행 금지령이 2021년 말에 취소될 때까지 비자 거부율이 높게 유지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여기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정치적 박해 심화로 인해 미국 영사관 관리들 사이에서 “중국인들이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미국이 비자 발급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지난 9월까지는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율을 30%로 줄긴 했지만, 이전보다 증가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멕시코에서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으로 건너온 수십 명의 중국인이 국경 순찰대의 검문을 받고 있을 동안, 중국에서 온 2세 아이 애니 렌이 어머니 옆에 서 있다. / 로이터


이 때문에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망명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들 중국인은 중국에서 에콰도르까지만 비행기로 이동한다. 이후 열대우림을 도보로 이동한 다음 자동차와 버스로 멕시코를 횡단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망명자가 갑자기 늘면서 미국 현지 북경어 사전에는 ‘국경을 넘는 사람들’, ‘열대우림을 걷는 법’과 같은 새로운 문구가 추가될 정도다.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인은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몬테레이파크에서 자리를 잡는다. 몬테레이파크는 영어를 못하고, 수중에 수백 달러만 있는 중국 이민자의 정착지로 유명하다. 이곳의 호텔은 저렴하며, 수십 개의 비슷한 호텔이 밀집해 있다. 직업소개소는 취업 허가가 없는 중국인을 상대로 식당, 창고 등에서 일자리를 주선한다.

지난 2월, 몬테레이파크에 도착한 다이(47)는 하루 15달러를 주고 10명이 한방에서 지내는 가족호텔에서 남편과 지내고 있다. 다이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3개월 동안 모든 소유물을 도난당했다. 미국에 도착한 뒤 20일 동안은 이민자 구금 시설에서 보냈다. 현재는 노인을 위한 요리 봉사를 하며 지낸다. 그는 “중국에서 요리사나 유모로는 많이 일을 할 수 없어서 중국을 떠났다”고 말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을 찾는 중국인 일부는 중국에서 가족을 부양할 만한 충분한 돈을 벌 수 없었고, 중국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벌인 ‘제로 코로나’로 인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부는 자신이 반체제 인사라 공산당의 탄압에서 벗어나고자 미국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한 달 전에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33세의 중국 여성은 자신이 우한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직업과 가족 배경이 좋지 않다면 중국에서 미래는 없다”며 “두 번 이혼했다는 사회적 오명,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그저 그렇게 지내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후난성에서 자동차 정비업체를 운영했던 리앙(36)은 자녀들이 공산당에 세뇌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미국으로 왔다. 그는 “자녀들이 자라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위험한 길을 걷고 또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10세 딸과 7세, 6세 아들을 데리고 터키, 에콰도르를 거쳐 미국으로 왔다.

SCMP는 “대다수의 중국 이민자는 비자 발급 성공률이 낮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올 수 있는 비자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며 “최근에 미국에 도착한 이들은 자신의 생명, 때로는 자녀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새로운 수준의 절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