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국무총리격인 행정원장에 천젠런 전 부총통이 임명됐다.

26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장둔한 대만 총통실 대변인은 전날 늦게 차이잉원 총통이 천젠런 행정원장이 이끄는 내각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천젠런 전 부총통은 1951년 가오슝에서 태어나 국립대만대를 거쳐 미 존스홉킨스대에서 공공위생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의 러닝메이트로 정계에 발을 디뎠고, 2020년 5월 말까지 부총통으로 재임하다 학계로 돌아갔다.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 초기 감염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방역 영웅’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차이 총통은 행정원 부원장에 정원찬 전 타오위안 시장, 내정부장에 린유창 전 지룽시장을 임명하고 왕궈차이 교통부장을 유임시켰다. 추가적인 인선 작업도 예고됐다. 새 내각은 오는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출범할 예정이며, 3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장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새 내각은 “현재 대만의 정치 상황을 안정시키고 새로운 국면을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이잉원 총통과 천젠런 행정원장(오른쪽). /대만 총통부

쑤전창 행정원장이 이끌던 기존 내각은 지난 19일 차이 총통에게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작년 11월 26일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민진당이 패배한 데 따른 것으로, 민진당은 21개 현·시 단체장을 선출한 지방선거에서 5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당은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해 13개 지역에서 승리했다.

차이 총통은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사퇴했다. 지난 15일 라이칭더 부총통이 신임 민진당 주석으로 선출됐다.

차이 총통은 이번 개각으로 민심을 돌려 2024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민진당 내에서 후보 경합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칭더 민진당 주석은 총통 선거 출마를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으나, 차이 총통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이총통이 라이칭더 주석의 대항마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