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에 대한 심각한 불균형 현상을 지적하며 백신을 공공재처럼 취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뿐 아니라 다른 질병에 대한 백신 사용률이 저소득 국가에선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26일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주사실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받고 있다./뉴스1

10일(현지시간) WHO가 최근 발간한 ‘세계 백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사용된 모든 종류의 백신의 규모는 160억 도즈다. 돈으로 환산하면 1410억 달러(약 194조6000억여원)에 이른다. 이는 2019년 백신 시장 규모의 3배에 달한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백신 사용의 급증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늘어난 사용량에 비해 실제로 백신이 사용된 국가별로 불평등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코로나19 백신만 고려했을 때 선진국들은 대체로 전체 인구의 4분의 3가량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다. 그러나 저소득 국가로 분류된 나라에서는 접종률이 25%에 그쳤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인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의 경우, 선진국 사용률은 83%이지만 저소득 국가의 도입률은 41%으로, 선진국 절반에도 못 미쳤다.

콜레라와 장티푸스, 에볼라 바이러스 등 위생·보건 환경이 열악한 저소득 국가에서 자주 발생한 질병에 대한 백신 또한 수요보다 부족한 상태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염성이 높은 특성에 비해 제약사들이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백신 시장에서 이윤 논리가 작동하면서 불균형이 발생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WHO는 몇몇 국가의 소수 제약사가 백신 개발과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시장 구조에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개입해 백신을 공공재처럼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백신이 신속하게 개발되고 세계 각국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무료 접종을 벌인 사레는 백신 공공 투자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HO는 “공공 투자를 통해 백신 생산 및 공급 경로를 다변화하고 제약사들의 특허 포기와 기술 이전을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