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기술 패권 야심을 저지하기 위해 반도체에 이어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으로 수출 통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의 군사력과 감시 능력의 추가적인 성장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 중국 AI 논문 출판 건수 추이.

이 같은 통제 조치는 이달 초 발표된 중국의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와 별도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날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논의를 초기 단계에서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달 한 연설에서 “초소형 전자공학, 양자 정보 시스템, AI를 포함한 컴퓨팅 관련 기술이 향후 10년간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적대국에 대항해 이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 통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것으로 평가되는 양자컴퓨터는 암호 해독 능력 등이 뛰어나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음. 이미 미국 내에서는 2020년 미 의회조사국(CRS)이 “중국의 AI·양자컴퓨터 기술이 미군을 위협한다” 내용의 보고서를 내는 등 경고가 이어짐

블룸버그는 미국이 이 같은 의도를 동맹국과도 공유했다며 “첨단 기술에 대한 ‘벽’을 확장하는 것은 중국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리스크가 되는 한편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양자컴퓨팅과 AI 분야까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중국의 기술 성장세를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의 R&D 지출은 2000년 398억달러(약 57조원) 수준에서 2020년 5641억달러로 130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3603억달러에서 6641억달러로 8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R&D 지출 액수로 보면 아직 미국이 중국을 앞서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오면 R&D 지출을 줄였던 미국과 달리 중국은 꾸준히 관련 투자를 꾸준히 늘려 왔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최근 수년간은 여러 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전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 사이트 TOP500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보유 대수의 경우 중국이 2016년 처음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으며 2020년 중국이 미국의 2배를 보유하는 등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이후 미국이 첨단 기술에 대한 대중 제한 조치를 취했고 그 격차가 지난해와 올해 점차 줄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은 ‘영향력 있는 AI 논문’의 세계 점유율에서 올해 미국에 처음 앞섰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도 중국 SMIC가 지난 7월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성공, 캐나다 가상화폐 채굴 시스템에 공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업계를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