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서방의 대(對)러 제재에 동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제법상 영세중립국인 스위스는 지금껏 미국, 유럽의 잇따른 제제 발표에도 불참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27일(현지 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이날 자국 공영방송 RTS와의 인터뷰에서 역내 러시아 자산 동결 여부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스위스 정부가 내일 그렇게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다만 그러면서도 “아직 나오지 않은 결정을 기대할 순 없다”며 스위스의 중립국 지위를 재확인했다. 카시스 대통령은 “스위스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벨라루스에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회담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외교 수단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이 2022년 2월 24일 수도 베른에서 상원과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위스 정부는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했을 당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단, 자국이 EU 제재를 우회하는 통로로 사용되는 것은 막겠다고 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했을 때도 스위스는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단지 일부 러시아 관리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을 뿐이었다.

로이터는 스위스 정부가 내부 여론을 의식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전날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는 약 2만명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정부의 신중한 입장을 비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스위스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스위스에서 러시아인이 보유한 자산은 약 104억 스위스프랑(약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스위스가 이를 동결할 경우, 러시아가 적잖이 당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