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 양자컴퓨팅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10년 내로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주장이 미국 최고 명문대인 하버드대에서 나왔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형상화한 이미지 컷. /트위터 캡처

8일(현지 시각) 인도 영문매체 더위크(The Week)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산하 싱크탱크인 벨퍼센터는 전날 발간한 ‘거대한 기술 경쟁: 21세기의 중국 대 미국’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이미 이미 안면인식, 음성인식 핀테크 등 AI의 실용 분야에서 미국을 넘어섰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10년 안에 AI와 5G 양자컴퓨터, 바이오기술, 반도체, 친환경에너지 등 21세기 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례로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이 여전히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이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히고 있다. 1990년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 세계의 1%도 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15% 수준으로 미국을 추월했다. 미국의 비중은 1990년 37%에서 현재 12%로 낮아졌다.

벨퍼센터는 중국이 2025년까지 과학과 기술공학, 수학 분야의 박사 학위 취득자를 미국보다 두 배 많이 배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연간 AI 분야 박사 학위 취득자 수는 1990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2억5000만대의 컴퓨터와 2500만대의 자동차, 15억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면서 제조 측면에서도 미국을 넉넉히 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이런 상황을 인식하기 시작한 건 그나마 다행이라며 지난 6월 상원이 향후 5년간 과학기술에 2500억달러를 투자하도록 하는 내용의 ‘혁신경쟁법’을 통과시킨 것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아직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보고서의 저자인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지난 20년간 중국은 많은 면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며 “그 결과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의 심각한 라이벌이 됐다”고 평가했다.그는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는 WSJ 기고문에서 “중국과 경쟁하려면 전략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 필요하다”면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했던 것처럼 기술을 국가적으로 동원하지 않는 한, 중국은 곧 미래 기술을 지배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의 저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앨리슨 교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안보·국방 분야의 석학이다. 특히 핵확산과 테러리즘 그리고 정책 입안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1977~89년까지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을 맡아 수많은 석학과 정계 인물을 배출하는 세계 최고의 정치행정대학원으로 키웠다. 레이건과 클린턴 행정부에서 각각 국방장관 특보와 국방성 차관보를 역임했다.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은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을 개념화한 역작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발발 원인을 분석한 데서 따온 개념이다. 패권 세력과 새로 부상하는 세력 간 극심한 구조적 갈등을 뜻한다.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 /본인 제공

앨리슨 교수는 책의 집필을 위해 지난 500년간 신흥국가의 부상이 기존 패권 국가와 강하게 충돌한 사례 16개를 선정했다. 이 중에서 제1·2차 세계대전, 중·일 전쟁을 포함해 12번은 전쟁으로 끝이 났다. 미·소 냉전을 포함, 단 4차례만 전쟁을 모면했다. 앨리슨 교수는 미·중 관계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적용되는 17번째 사례로 본다.

그는 2019년 6월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를 근거로 ‘미·중 갈등이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