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귀재' 워런 버핏의 오른팔로 불리는 찰리 멍거(97)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 미국의 한 대학에 2000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하고도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고 CNN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마추어 건축가인 그가 직접 설계한 대학 기숙사 때문이다. 멍거는 자신의 설계를 반영하는 조건으로 기숙사 건립 프로젝트에 2억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타바바라 캠퍼스(UC 산타바바라)가 기숙사 건물 '멍거 홀'의 설계를 승인하자 건축가 데니스 맥패든이 항의의 의미로 사직서를 냈다. 멍거가 설계하고 그가 기부한 돈으로 지어지는 '멍거 홀'은 11층 높이, 총면적 15만8000㎡(4만7800평) 규모의 건물이다. 4500명의 학생이 거주할 예정이다.
기숙사 공간이 부족해 1000명의 대기자를 해결해야 했던 대학 측은 "압도적으로 놀랍다. 훌륭하고 저렴한 주거 공간"이라며 설계의 '효율성'을 높게 샀지만, 학교 안팎에서는 기숙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 거세다고 CNN은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멍거 홀의 침실에 있다. 설계도에 따르면 기숙사 한 층에 8개의 '집'이 만들어진다. 한 개의 집은 다시 공용공간과 8개의 침실로 나뉜다. 집의 중심에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커다란 책상이 놓이며 한쪽에는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부엌이 마련된다. 두 개의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학생들의 개인 공간은 침대와 간단한 수납공간만 있는 침실이 전부다. 약 6.5㎡(2평)에 불과하다. 게다가 설계의 특성상 창문이 있는 방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맥패든은 "학생들을 11층 건물의 창문도 없는 작은 방에 쑤셔 넣는다. 전적으로 인공조명과 기계식 환기에 의존해야 한다"며 "건축가로서, 부모로서, 한 인간으로서 멍거 홀의 기본 콘셉트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멍거홀의 인구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 다카 지역보다 약간 낮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뉴요커'의 건축 비평가인 폴 골드버거는 "기괴하고 역겨운 농담 같은 설계"라며 "기숙사로 가장한 감옥"이라고 거들었다.
멍거는 이런 비판에도 개의치 않고 있다. 그는 "방에는 가상 창문이 설치된다. 학생들이 손잡이만 돌리면 인공조명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창문 대신 모니터로 바깥 풍경을 보여주는 디즈니 크루즈를 언급하면서 "살면서 태양 빛을 조절해 봤나. 여기선 그게 된다"고 말했다.
학교 측도 비판과 상관없이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안드레아 에스트라다 UCSB 대변인은 "멍거 홀 프로젝트는 본질적으로 학생들이 충분한 상호 작용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건립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버핏과 마찬가지로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 출신인 멍거는 버핏의 단짝이자 포브스 집계 기준 23억 달러(약 2조72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다. 멍거가 태어나 살던 오마하의 집이 버핏 부모의 집에서 불과 90m 거리였고, 두 집안의 교분도 깊어 한때 멍거는 버핏 할아버지의 잡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변호사 출신의 멍거는 1962년부터 13년간 법률 회사와 별도의 투자회사를 겸업하면서 연평균 19.8%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1976년 버크셔 해서웨이에 본격적으로 합류했고, 버핏의 투자 인생을 '멍거 이전'과 '멍거 이후'로 구분하게 할 정도로 큰 영향을 줬다. 버핏은 멍거에게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 그는 내 사고의 지평을 넓혀줬다"고 최고의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